줄리 테이모어의 작품은 눈부신 시각효과가 돋보인다는 평을 듣는다. 그러나 그것은 공허한 눈요깃거리에 머물지 않고, 주제와 인물을 좀더 강렬하게 부각시킨다. 뮤지컬 <라이온 킹>과 영화 데뷔작 <타이터스>가 괜히 인상 깊었던 게 아니다. 더욱이 여기 <프리다>의 주인공은 불꽃같은 삶을 살았던 화가 프리다 칼로이며, 그 배경은 사진만 찍으면 그림엽서가 나온다는 멕시코다. 프리다가 디에고 리베라와 보냈던 30년 가까운 시간의 옆엔 혁명에 휩싸인 멕시코와 레온 트로츠키가 있고, 티나 모도티가, 넬슨 록펠러가, 앙드레 브르통이, 조세핀 베이커가 나타났다 사라진다. 하지만 영화는 많은 부분 그녀의 내부로 향한다. 틀린 것도 아닌 것이, 삶의 반 이상을 침대에서 보내야 했던 그녀의 그림 또한 대부분 자기 자신을 대상으로 했던 바다. 줄리 테이모어는 부서지는 몸과 지병으로 고통받으면서도 열정을 잃지 않았던 프리다 칼로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두 가지를 결합한다. 멕시코 출신의 스탭들이 만든 멕시코의 색이 리얼리즘을 살리는 축이라면, 애니메이션의 귀재 퀘이 형제 등이 투입된 판타지 부분은 영화의 다른 축이다. 그리고 결과는 또 한번의 이미지의 성찬이다. 1980년대와 페미니스트 그리고 마돈나란 이름을 빌려 말하기엔 부족했을 프리다 칼로에 대한 인상이 <프리다>엔 들어 있다.
영상과 소리가 좋아서 멕시코의 시리도록 푸른 파란색이 보고 싶거나 라틴 리듬과 멜로디를 듣고 싶을 때 언제고 꺼내볼 DVD다. 감독의 음성해설을 포함한 부가영상은 두장으로 나뉘어 수록될 정도로 양이 적지 않거니와 그 내용도 충실해서 감상의 시간이 아깝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