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리 클락의 <켄 파크>를 보며 슬펐던 것은 젊은 그들의 패륜적 행동이 낳을 결말이 예상되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그들은 <키즈>의 아이들이나 켄 파크 자신처럼 에이즈나 자살로 이 세상을 대부분 마감할 것이다. 친구 재영을 위해 여진이 취한 행동은 자연스럽게 <파란 대문>의 진아를 연상케 되고 또 그녀를 위하여 대신 몸을 팔았던 혜미로도 연결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에서와 같이 윤회를 직접적으로 설정하진 않았지만 <사마리아>는 <파란 대문>과의 관계를 통해 계속 반복되는 아픔을 보여주었다. 법 (집행자인 아버지) 없는 세상에서 걷도는 승용차를 홀로 운전하는 여진의 모습이 슬퍼 보인 것은 그녀를 보며 비수밀다가 아닌 <켄 파크>의 아이들을 떠올렸기 때문이었다. 여진의 아버지 영기에게 뺨맞을 인간들이 이 사회에 여전히 많을 터인데, 스크린에서 그를 만난다는 게 꺼림칙했음인지 영화는 관객동원에 실패하였고 DVD가 미친 듯이 벌써 출시되었다.
베를린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수록된 부가영상이 소박하다. DVD라는 상품을 통해 감독을 포장하는 일 또한 제작사 책임이지 않은가. 감독과 배우를 중심으로 한 3개의 메이킹 영상이 포함되었을 뿐인데 감독의 게릴라식 저예산 제작방식을 짧게나마 볼 수 있다. 제작도중 영화를 포기하려 했다는 감독의 인터뷰와 갈대밭에 정차한 승용차에 돌 던지는 감독의 모습 등도 담겼다. 제작상황을 고려하고 오프닝서 화면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을 제외한다면 영상은 무척 만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