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걸 전문용어로 ‘자뻑’이라고 한다. 신문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으니, 보수언론은 자신들의 펜대로 세계를 창조할 수 있다고 믿었을 게다. 집권 초기부터 대통령을 흔들어대던 <조선일보>는 급기야 “대통령 잘못 뽑았다”는 극언까지 하며 열심히 대통령에 대한 비토 심리를 확산시켜왔다. 탄핵이 이루어지기 전날, <중앙일보>는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이들이 절반에 이른다는 이른바 ‘전문가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때는 무르익었다. 그리하여 거사는 결행되었고, 결과는 닭짓이었다.
왜 닭짓을 할까? 간단하다. 닭대가리니까. 원래 <조선일보>는 독자를 속이려 했다. 펜대를 휘둘러 시민들이 들어 살 매트릭스를 지으려 했다. 그들이 지은 가상현실 속에서 시민들은 열렬히 잘못 뽑은 대통령의 탄핵을 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탄핵이 이루어지니 어떻던가? 시민들이 어디 환호하던가? 한마디로 닭들은 제가 만든 매트릭스에 저 홀로 속아넘어갔던 것이다. 놀랄 일이 아니다. 닭이 닭짓하는 것은 양계장의 일상에 속한다.
과장이 아니다. 실제로 탄핵이 가결되던 순간, 기뻐 날뛰며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환호하던 기자가 있었단다. 이것만 보아도 이들이 얼마나 현실 감각이 없는지 알 수 있다. 얘들은 자기들이 쓰는 기사, 남들은 더이상 안 믿는다는 것도 모른다. 자기들이 쓴 기사, 오직 자기들만 믿고 있으니, 남들 다 열 받을 때 만세를 부르며 분위기 썰렁하게 만드는 닭짓을 하는 것이다. 이 닭대가리가 어느 양계장 소속인지 묻는 것은 이 사회에서 더이상 수수께끼 축에도 못 낀다.
상황이 거꾸로 돌아가니 닭발에 불이 떨어졌다. 불 끄려고 알량한 잔머리를 굴린다. 닭 머리가 제아무리 커도, 용량이 얼마나 되겠는가? 기껏 한 짓이 대학생들이 주최한 강연에 스파이를 잠입시켜 진중권 어록을 채취해간 것이었다. 요 며칠 MBC의 특정 프로그램을 비판했더니 ‘혹시 써먹을 거 없나’ 하고 계획적으로 잠입을 한 모양이다. 이 정도면 기자가 아니라 완전히 KGB 밀정 내지 게슈타포 요원 수준이다. 닭짓하다가 양계당(黨)이 무너지자, 최후의 발악을 하기로 했나보다.
나만 당했다면 그냥 지나가다 닭똥 밟은 셈치려 했다. 그런데 다음날 보니 이번엔 명계남씨 발언을 낚았다. 요 녀석, 앞으로 상습범이 될 모양이다. 대체 어떤 분인가 찾아보았더니, 서울대 외교학과 출신의 젊은 기자다. 인터넷에 보니 사진도 올라와 있다. 범인이 아니니 몽타주 사진 내붙이고 현상수배를 할 수도 없고, 앞으로 이런 언론피해를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앞으로 강연을 할 때는 최모 기자의 사진을 복사해 강연장 입구에 걸어놓고 미리미리 경계해야겠다. 하여튼 수법이 악랄하다. 왜 이렇게 독할까. 조류독감 먹었나?
학벌 밝히는 그 동네 어법에 맞춰, 같은 학교 먼저 나온 자격으로 충고 몇 마디 해야 쓰겠다. 남이 하지도 않은 얘기를 큰따옴표로 묶는 환청 증세부터 치료하라. 그래야 기자로 밥 먹고산다. 들은 내용 제대로 요약하는 국어실력 좀 갖춰라. 그래야 원만한 사회생활한다. 나아가 남의 강연장에 숨어들어와 남 말 엿듣고 밀고(?)나 하는 끄나풀 노릇 그만두고 좀 당당해 봐라. 배달되어온 양념 통닭의 짧은 삶만큼이나 그 존재가 불쌍해 보이니까. 그 짓 해가며 닭 볏 올려서 뭐 하는가?
기억력의 길이 좀 봐라. 괜히 닭인가? 요런 짓 하다가 자뻑을 하고도 아직 깨닫지 못한 모양이다. 요란한 닭짓으로 양계당 기둥 허물고 천막 산 지 얼마나 됐다고 또다시 그 짓을 하는 건지. 그건 그렇고, 비싼 사료 먹고 여기저기 똥이나 싸지르고 다니는 요 괘씸한 영계를 앞으로 어떻게 할까? 모가지를 비틀어 정말 한나라당의 신새벽이 오는지 실험이나 해볼까? 진중권/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