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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의 거실 살인극, <다이얼 M을 돌려라>

Dial M for Murder 1954년

감독 앨프리드 히치콕 출연 그레이스 켈리

EBS 4월25일(일) 오후 2시

영화사상 유명한 살인장면들이 있다. <싸이코>에서의 욕실 살인은 이후 많은 다른 영화들에 인용되기도 했다. <다이얼 M을 돌려라>의 장면 역시 긴박감이 남다르다. 아내를 없애려는 한 남편이 있다. 그는 타인의 손을 빌려 아내의 살인극을 꾸민다. 문제는 아내를 살해하는 타이밍을 정하는 것. 남편이 집 밖에서 전화를 걸어 아내의 움직임을 끌어내면 청부살인자는 전화받는 그녀의 목을 뒤에서 졸라 죽인다. 완전범죄도 가능할 것 같다. 그런데 상황은 꼬인다. 손에 쥔 가위로 아내가 청부살인자를 오히려 저승으로 보내고 만 것. 남편은 이 상황을 전화선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듣는다. 레이먼드 챈들러는 “영화 줄거리를 알기도 전에 머릿속으로 영화 전체를 그려내는 히치콕의 방식은 나를 매혹시킨다. 그는 줄거리 자체의 구성보다는 세트, 분위기, 그리고 배경을 잘 활용할 줄 아는 감각을 지녔다”라고 말한 적 있다. 위에서 설명했듯 의외의 거실 살인극을 다룬 <다이얼 M을 돌려라>는 이런 이야기에 잘 부합하는 히치콕의 스릴러다.

테니스 선수 토니 웬디스는 돈 많은 마고(그레이스 켈리)와 결혼을 하지만, 마고는 추리소설가 마크와 사랑에 빠진다. 사업마저 순탄하게 돌아가지 않자 토니는 아내의 유산을 노리고 전과가 있는 옛 친구 스완을 협박해 치밀한 청부살인 계획을 세운다. 자신이 파티에 참석해 있는 동안, 스완이 숨겨둔 열쇠로 집에 들어가 혼자 있는 마고를 목졸라 살해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화 수화기를 통해 들려온 남자 비명소리에 당황한 토니는 실망감을 감춘 채 마고를 달랜다. 사건은 마고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증거가 제시되지만 형사의 끈질긴 추격 끝에 진실이 밝혀낸다. <다이얼 M을 돌려라>는 동명희곡을 영화화한 것. 영화 속 공간은 그리 변화가 많지 않다. 토니와 마고가 사는 저택 내부에서 대부분의 사건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살인에서 사건 해결까지 말이다. 연극적 구성을 스릴러영화에 접목하는 히치콕의 재기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한 전기작가의 전언에 따르면 감독에게 <다이얼 M을 돌려라>는 심각하지 않은 프로젝트였다고 한다. “이 정도는 집에서 전화만으로도 연출할 수 있겠는걸” 하고 말하고 다녔다는 것. 그럼에도 영화는 흥행에 성공했고 그레이스 켈리는 이후 다른 히치콕 영화에서 ‘의심스런’ 금발미녀로 계속 출연할 수 있었다.

어느 비평가는 <다이얼 M을 돌려라>에서 히치콕이 남녀관계의 불안정성을 다룬 점을 주목했다. 부부 중 한쪽은 불륜으로 정신이 없고 다른 한편은 계획적으로 살인을 꾸민다. 이같은 불신과 의혹의 주제는 히치콕 영화에서 단골로 찾아볼 수 있다. 프랑수아 트뤼포는 <다이얼 M을 돌려라>에 대해 “영화의 진짜 뛰어난 점은 어려운 일을 아주 쉬운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방식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라 지적한 적 있다. 감독의 농담처럼 전화통만 붙잡고 만들기는 어려웠겠지만, 이처럼 세련된 완성도의 장르영화를 만나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김의찬/ 영화평론가 garot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