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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치스러운 코리안 웨스턴, <쇠사슬을 끊어라>
이승훈( PD) 2004-04-16

1971년 컬러 95분

감독 이만희 출연 장동휘, 남궁원, 허장강, 황해

EBS 4월18일(일) 밤 11시10분

한국 영화사에서 액션영화가 꽤 유행했던 적이 있다.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 초 무렵인데, 그런 액션영화 중에서도 시대적 배경은 일제 강점기에 만주를 무대로 해서 마적이 등장하는 식의 트렌드가 있었다. 당시 유행했던 서부영화의 영향을 받은 이런 영화들은 일종의 코리안 웨스턴(?)이라고 불러도 될 만하다. 이만희 감독 회고전 세 번째 작품인 <쇠사슬을 끊어라>도 그런 트렌드의 액션영화 중 하나이다. 이만희의 후기작에 속하는 이 작품엔 당시 액션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었던 의리의 사나이(!)들이 등장한다. 장동휘, 남궁원, 허장강, 황해가 바로 그들이다. 1930년대, 만주 항일독립투사들의 명단이 숨겨진 금불상의 소재를 알고 그것을 훔쳐 팔아 한몫 챙기려는 도적(장동휘)과 누군가에게 청부업자로 고용된 남궁원, 일본군 대장 고노에(황해)와 밀정 허달건(허장강). 이 4명의 사나이들이 금불상의 행방을 찾아 서로 배신하고 서로 도움을 주면서 기묘한 동행을 한다. 금불상을 찾기 위해 펼쳐지는 사나이들의 음모와 계략, 그 속에서 피어나는 조국애.

이 작품을 보면서 재밌었던 점 한 가지. 독립군과 마적이 등장하는 시대배경과 만주라는 공간적 배경으론 서로 어울리지 않는 자동차, 오토바이, 마차, 스키 등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이런 요소들은 마카로니 웨스턴이 그랬던 것처럼, 퓨전적인 다소의 키치적인 터치로 관객에게 재미와 흥미유발을 일으키는 기제로 작용할 수 있었던 것 같다.

1960년대 중반, 영화 예술가 이만희의 작품 성향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그의 영화적 ‘끼’는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영화 <쇠사슬을 끊어라>와 함께 1970년대 한국 퓨전액션영화의 세계로 떠나는 길을 권하고 싶다.

이승훈/ EBS PD agonglee@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