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짐 셰리던 영화는 고집 센 아일랜드 사람 같다. 그래서 미국으로 이주한 가족 이야기인 <천사의 아이들>을 보기도 전에 우린 아일랜드인과 아메리칸 드림의 충돌을 그린 작품을 예상하게 된다. 그러나 이 영화는 <파 앤드 어웨이>나 <갱스 오브 뉴욕>의 반대편에서 아일랜드인의 목소리를 내는 영화가 아니다. 물론 이 영화엔 감독 데뷔 이전에 뉴욕에서 가족과 함께 힘겹게 살았던 그의 이주 경험이 짙게 배어 있다. 하지만 여기엔 짐 셰리던의 또 다른 개인사가 숨어 있으며, 그것이 이 영화를 보편적 드라마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소녀는 세 가지 소원을 빈다. 미국 정착을 위해 빌었던 두 가지 소원 다음에 세 번째가 남았을 때, 우리는 그것이 죽은 동생 ‘프랭키’와 ‘가족’을 위해 쓰이는 걸 본다. 그들이 머나먼 땅으로 온 것은 아메리칸 드림을 위해서가 아니라 가슴속 슬픔을 잊기 위한 것이었으며, 언제나 그렇듯 그 해답은 자신의 마음속에 있었다. 그리고 영화의 말미에서 <천사의 아이들>이 ‘프랭키’란 남자에게 바쳐진 게 드러나는 순간, 그 이름은 감독의 죽은 동생과 연결된다. <천사의 아이들>은 짐 셰리던의 작품 중 드물게 모던하고 스타일이 넘치는데, 실제 자매인 두 소녀의 깜찍한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감동적인 영화다. 그리고 엄마 역의 사만다 모튼, <스윗 앤 로다운>에서 수줍은 미소를 짓던 그녀가 이렇게 믿음직한 배우로 성장할 줄은 몰랐다.
음성해설엔 아쉽게도 한글자막이 지원되지 않는다. 영상 표현은 안정적이며 깊이가 있고, 소리도 정갈하다. 오리지널 엔딩이 포함된 삭제장면과 예상과 달리 천진난만한 모습의 감독을 볼 수 있는 제작과정이 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