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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 파괴, 노련한 감독의 유쾌한 향연, <자토이치>
조성효 2004-04-09

<자토이치> 座頭市

2003년

감독 기타노 다케시

상영시간 116분

화면포맷 1.78:1 아나모픽

음성포맷 DD 5.1 일본어

자막 한글, 일본어, 영어 자막

출시사 인트로미디어

<하나비>에서 보여준 폭력의 강렬함을 넘어선 허무주의의 미학을 거쳐 <기쿠지로의 여름>에서 한차원 높은 단계로 올라선 것처럼 보였던 시점에서 뒷걸음쳐 야쿠자와 폭력의 세계로 돌아갔던 <브라더>가 좋지 못한 평을 얻자, 기타노 다케시는 지금까지 시도하지 않았던 연애물과 시대극인 <돌스>와 <자토이치>를 차례로 내놓으며 새로운 방향을 활발하게 모색하고 있다. 탐미적이었던 <돌스>에 이어 선택한 작품이 시대극이라는 점에서 언뜻 오시마 나기사의 <고하토>나 미야자키 하야오의 <모노노케 히메>가 연상되기도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기타노는 이 작품을 철저하게 오락적인 관점에서 접근한 것이 확실해 보인다.

언제나 자신의 각본으로만 영화를 만들던 그가 가쓰 신타로의 26편에 달하는 전설적인 시리즈가 적지 않은 부담을 주는 이 캐릭터에 도전한 것은 그가 평소에 생각해왔던 화려한 칼싸움 장면을 실제로 구현해볼 수 있다는 순수한 오락적 즐거움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 까닭에 영화는 원작의 기본 설정만을 이어받고 나머지는 모두 완전히 새롭고 현대적인 모습으로 탈바꿈된 ‘퓨전액션시대극’이 되었는데, 이전까지 꺼려했던 컴퓨터그래픽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극사실적인 칼싸움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1.78:1 아나모픽 화면은 일본영화 타이틀 특유의 약간 뿌옇고 채도가 낮은 톤을 보여준다. 전반적인 해상도는 평균적인 수준이지만, 선명도나 투명함, 색농도가 약간씩 낮고 화면 전체에 걸친 지글거림도 조금씩 보인다. 돌비디지털 5.1 채널 사운드는 상당히 우수하다. 대사나 효과음들은 차분하면서도 정세하고 또렷하여 사실적인 느낌을 주며, 칼싸움 장면에서는 묵직한 질감과 강한 임팩트감이 두드러진다. 본편 디스크에는 예고편 모음이, 서플먼트 디스크에는 제작 다큐멘터리, 인터뷰 모음 등이 실려 있다.김태진

<영매>와 <위대한 비상>이 나란히 출시되었는데, 중복을 피하기 위해 <영매>는 다음주로 넘겨졌다. 화질과 음질이 향상된 <위대한 비상 SE>는 다큐멘터리 감독들의 굳건한 의지와 인내심에 새삼 경외감을 갖게끔 한다. 기타노 다케시는 LD 시절부터 컬렉션해 온 만큼 <자토이치>도 당연히 구입하겠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기타노 고유의 미학이 희석된 듯하고, DVD의 화질도 기대했던 바에 약간 못 미친다. 기술적인 면에서는 디즈니나 픽사에도 필적할 만한 한국 애니메이션 역량의 최대치를 보여주었고, DVD도 레퍼런스급의 화질과 음질로 극찬을 받았던 <원더풀 데이즈>가 몇몇 장면들을 추가하고 더빙도 교체되고 서플먼트도 늘어난 3장짜리 확장판으로 재출시되었다. <위대한 비상>도 감동적이었지만, 선택은 <원더풀 데이즈-확장판>이다.

DVD로는 아직 보지 못했지만, 이주의 선택은 <자토이치>다. 쓸쓸한 이미지의 떠돌이 검객에게 삶의 환희를 입혀놓은 기타노 다케시의 연출에 넋을 잃었던 작품이다. 두 번째 선택은 짐 셰리던의 <천사의 아이들>이다. 선댄스영화제에서의 환대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선 너무도 조용히 출시되는 작품인데 괜찮게 봤다. <영매>는 DVD 영상도 그렇지만 그 내용이 워낙 독특해서 한번 더 봐야 될 것 같다. <아메리칸 파이3-웨딩>은 영화와 DVD 둘 다 전작보다 못해 실망이 컸으며, 사부의 <드라이브>는 이제 달리지 않고 차를 모는 주인공을 보면서 미소 짓게 만든 작품이다. 한때 배꼽을 잡게 만들었던 시리즈 <핑크 팬더>는 박스판으로 출시되는데, 가격이 싸다면 구입을 고려해보겠다.

<원더풀 데이즈> 확장판을 보고나니 O.S.T가 듣고 싶어졌다. 그래서 CD를 구입했는데 아뿔싸! 영화 속 음악들이 모두 담긴 게 아니었다. 확장판 DVD도 마찬가지다. 바람과는 달리 여전히 부족한 면이 있다. 하지만 CD나 DVD나 구입한 것이 후회되진 않는다. <핑크 팬더>를 보며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오프닝 크레딧만을 별도로 모두 모아 녹화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제시간에 6장의 디스크를 모두 보느라 힘들었고 영화를 보며 계속 웃느라 또 힘들었다. 이번주의 선택은 <자토이치>다. 기타노 다케시는 웃을 때나 인상 쓸 때나 모두 멋있지만 눈감아도 멋있다. 오리지널의 애절함은 없지만 대신 꽉 찬 경쾌함이 있지 않은가? <영매>에 담긴 굿소리는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 스코어만큼이나 좋아한다. 음악 CD도 나온 게 없으니 DVD는 그 이유 때문이라도 구입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