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VD에 수록되어 있는 480i의 주사선을 2배 이상 늘림으로써 해상도를 HD급으로 높이는 업 스케일링은 고가의 비디오 프로세서에서만 가능했던 디인터레이싱과 스케일링, 비디오 어드저스트먼트 등의 기능들을 단 하나의 칩셋에 모두 집약해놓은 파루자의 FLI2300 칩이 발표됨으로써 가능해졌습니다. 파루자의 FLI2300, 2310 칩셋은 480i 신호를 480p, 720p, 1080i, 1080p로 업 스케일링할 수 있는 기능을 지녔지만, 정작 DVDP에는 칩셋의 업 스케일링 기능 부분을 봉인한 상태로만 장착되어 출시되었습니다. 이렇게되자 일부 AV 동호인들은 FLI2300 칩을 구입해 이를 직접 제작한 기판에 장착한 뒤, DVDP의 내부 회로에 연결되도록 개조하여 FLI2300의 업 스케일링 기능을 활용하는 방법을 고안해냈습니다. 국내에서도 한 애호가가 이렇게 만든 업 스케일링 기판인 ‘알파 비젼’이 AV 동호회의 공동구매를 거쳐 상업화되었고, 얼마 뒤에는 동일한 방식의 기판을 독일에서 수입한 시네 매트릭스라는 제품이 판매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두 방식은 모두 기존 DVDP에 별도로 제작된 기판을 붙임으로써 DVD의 SD급 신호를 HD급으로 변화해 출력할 수 있으며, 기판 제작과 DVDP 개조에 들어가는 비용을 모두 합쳐도 100만원 이하여서 수백만∼수천만원대의 고가 비디오 프로세서들이 장터에 쏟아져 나오는 현상마저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일부 군소 DVDP 제작업체들이 FLI2300처럼 업 스케일링 기능을 지녔지만 업 스케일링 기능이 봉인되지 않은 시그마 디자인의 EM8500 칩을 사용하여 별도의 개조없이 아예 처음부터 업 스케일링이 가능해진 DVDP들을 내놓았습니다. 브라보 D-1이나 모미츠 V-880, 모딕스 8500A 등의 이러한 제품들을 놀랍게도 30만원 이하의 초저가로 출시함으로써 전세계 DVDP 제작업체들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이처럼 사태가 애호가들의 사적인 개조 차원을 넘어 30만원대의 저가형 제품들이 고가 기종들보다 훨씬 더 우수한 해상도를 구현해내는 데까지 단번에 이르자, 그동안 관망하고 있던 메이저 제작사들은 업 스케일링 DVDP의 출시 계획을 앞다투어 발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소니가 9월에 출시할 DVP-NS975V는 30만원대의 가격에 업 스케일링을 지원한다고 밝혀져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알아두어야 할 점은 이러한 업 스케일링은 일반적인 컴포넌트 영상 출력에서는 지원되지 않고, DVI나 HDMI 같은 디지털 영상단으로만 출력되는데, 현재는 복제 방지 때문에 이런 디지털 출력단들이 대부분 480p까지로만 제한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업 스케일링은 HD 방송과 HD급 디스플레이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DVD의 해상도 한계가 드러남에 따라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고안된 것인 만큼 HD급 TV가 급속하게 늘어날 앞으로는 DVDP를 구입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중요한 사양이 되고 있습니다.김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