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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플린의 허무 고백, <살인광 시대>
류상욱 2004-04-02

<살인광 시대> Monsieur Verdoux

1947년

감독 찰리 채플린

상영시간 119분

화면포맷 1.33:1

음성포맷 DD 5.1, DD 2.0

자막 한글

출시사 워너

찰리 채플린의 영화에 대한 연구에서, 그의 삶과 영화를 연결시키는 경향을 발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채플린은 사생활뿐 아니라 매카시즘 광풍의 희생자였고, 그 과정에서 가질 수밖에 없었던 생각들을 영화에 담아냈다. <살인광 시대>(Monsieur Verdoux)는 그 대표적인 경우라 하겠다. 이 영화는 채플린 영화들 중 실제로 흥행에서 재난을 맞이한 첫 번째 작품이었다. 미국인들의 이 영화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는 채플린에게 많은 상처를 주었다. 오슨 웰스의 아이디어를 돈을 주고 사들여 직접 각본을 쓰기 시작한 채플린은 프랑스의 살인마 푸른 수염의 이야기를 자신의 세계관에 따라 재창조한다. 이번에 출시된 MK2의 DVD 부록에서 인터뷰를 한 클로드 샤브롤도 같은 이야기를 <랑드뤼>라는 제목으로 영화로 만들었다. 생계를 위해 살인을 하지만 오히려 더 코믹한 샤브롤의 캐릭터보다 채플린의 주인공은 좀더 냉소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살인에 대한 진술에서 명백하게 드러난다. 수많은 사람을 학살하면 영웅이 되지만, 몇몇을 죽이면 살인자가 된다는 진술은, 진리이기는 하지만 영화에서 드러내는 데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살인광 시대>가 감동을 주는 이유는, 앙드레 바쟁의 말처럼, 영화 속의 베르두가 채플린 자신이기 때문이다. 길로틴으로 천천히 걸어가면서 죽음을 받아들이는 베르두는 채플린에 다름 아니다. 브레히트, 한스 아이슬러 등과 교류했던 채플린은 매카시주의자들의 표적이 되었고, 미국의 언론과 평론가들은 그에게 독설을 퍼부었으며, 관객은 그의 영화를 외면했다. 조운 배리 재판으로 상징되는 사생활에서의 스캔들 역시 그를 지치게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베르두에게서 허무주의적인 성격을 찾을 수 있다. 어쩌면 이 영화는 채플린이 영화 속에서 유언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채플린은 <라임 라이트>에서 결코 삶을 포기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것은 감동의 순간을 이루고, 우리는 그를 위대한 시네아스트로 기억하게 만든다.

류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