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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대 표현주의 전통과 멜로의 융합, <마지막 웃음>
이교동 2004-04-02

<마지막 웃음> The Last Laugh / Der Letzte Mann

1924년

감독 F. W. 무르나우

상영시간 90분

화면포맷 1.33:1

음성포맷 DD 5.1, DD 2.0

자막 영어

출시사 유레카비디오(영국, PAL)

1920년대 독일의 한 호텔. 자신의 제복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노쇠한 도어맨(에밀 예닝스)이 근무 중 잠시 쉬었다는 이유로 화장실로 강등 배치되고 만다. 자존심에 상처를 받은 주인공은 호텔을 그만두려 하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할 수 없이 주위의 시선을 감수하고 화장실 근무를 하게 된다. 하지만 화장실에서 갑자기 임종을 맞은 백만장자의 유산을 얼떨결에 상속받게 되면서 졸지에 백만장자가 되고, 졸부의 행복을 만끽하는 그의 커다란 마지막 웃음이 관객의 씁쓸한 웃음으로 전이되면서 영화는 끝을 맺는다.

F. W. 무르나우의 흑백 무성영화 <마지막 웃음>은 호텔 도어맨이 겪게 되는 인생유전의 멜로드라마로서 1차대전 패배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과 모더니즘의 화려한 도래 사이에 갈등하고 있던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의 아노미적 상황을 우화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도어맨의 제복에 대한 자부심과 존경심은 후에 열렬한 나치 추종자가 되는 에밀 예닝스의 실제 삶의 궤적과 오버랩되면서 바이마르 시대에서 히틀러 시대까지 관통하며 영욕의 삶을 지탱할 수밖에 없었던 독일 민중의 역사에 대한 묘한 영화적 예지력이 느껴지기도 하는 작품이다.

영화사적으로 <마지막 웃음>은 20년대 표현주의 전통이 어떻게 길거리 영화라는 멜로드라마 장르에 융합되어 가는가를 보여주는 중요한 작품으로, 우파(UFA)스튜디오의 기라성 같은 스탭들이 영화의 줄거리와 내러티브를 영상이라는 매체로 표현하는 방법과 수단에 대해 얼마나 혁신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을 고안해냈는가에 대한 영화사적 업적이라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특히 <메트로폴리스> <베를린-위대한 도시의 교향악> 등으로 표현주의 촬영기법의 완성을 이루어냈다고 평가되는 칼 프로인트가 고안한 새로운 촬영술에 의한 혁명적인 표현기법은 지금의 시각으로도 놀라운 시각적 체험 그 자체이다.

지난 2월에 영국 유레카에서 출시된 <마지막 웃음>은 2001년에서 2003년 사이에 새로 복원된 버전으로, 뚜렷하고 선명한 화면과 깊이있는 콘트라스트는 기존의 열악한 버전으로 감상할 수밖에 없었던 이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영화적 경험으로 다가온다. 이미 2001년에 출시된 바 있는 북미판 및 프랑스판(틴트 버전)과 확연히 구분되는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으며, 영문 자막이 지원되는 제작과정에 대한 다큐 또한 단순한 제작과정 및 복원과정에 대한 기록을 넘어서서 “마지막 웃음”과 무르나우, 그리고 거기에 참가했던 스탭들이 영화사에서 불멸의 존재로 남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다시금 되새기게 해주는 수작이다. 이교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