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컬러 100분
감독 김화랑 출연 문희, 남정임, 고은아
EBS 3월28일(일) 밤 11시10분
사회가 급속히 변하고 세상이 달라짐에 따라 언어도 변하는 것. 우리 사회의 현대사에선 그렇게 사라지고 변한 말들이 많다. 그런 말들 중에 1960년대를 살았던 이들에겐 그리 낯설지 않은 말이 ‘식모’라는 단어이다. 196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급속한 산업화와 이에 따른 도시화의 결과로 많은 농촌 처녀들이 도시로 올라와 식모로 일을 했다.
그런 식모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꽤 많이 만들어졌는데, 김화랑 감독의 <식모 삼형제>도 그중 하나이다. 문희, 남정임, 고은아, 세 여배우가 분한 예쁘고 착한 시골 처녀 세 자매는 아버지의 회갑연 비용을 마련하려고 서울로 식모살이를 하러 왔는데, 이 세 자매는 한 골목에 위치한 집에 살면서 세 집안이 각기 가진 고민과 불화를 서로 협력해서 덜어주고 해소시킨다. 너무나 빠르게 변하는 자본주의의 물결 속에서 자꾸만 잊혀져가는 우리네 고향의 느낌을 예쁘고 착하며 지혜로운 식모 삼형제(?)의 모습 속에서 찾고 싶었던지도 모른다.
<식모 삼형제>는 세 여배우 외에도 황정순, 도금봉, 김희갑, 구봉서 등 이른바 올스타 캐스팅의 볼거리가 있는 영화이다. 그중에서도 반가운 얼굴은 1970년대 문제의 히트작 <별들의 고향>에서 주연을 맡은 안인숙의 앳된 모습이다. 명배우이자 가수이기도 한 신카나리아의 남편이기도 한 김화랑 감독은 1950년대 한국영화 연극사에 기록될 인물이다. 일제 때 영화와 연극을 시작하여 해방 이후에는 각본, 편집, 연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하다가 1954년 임화수의 ‘한국연예주식회사’의 문예부 책임자로 일했다고 한다. 눈물의 여왕 전옥의 명가극 <항구의 일야>의 감독으로도 유명한 그의 말년 작품 <식모 삼형제>는 불행히도 원판 필름의 보관상태가 좋지 않아 군데군데 색이 빠지는 등 화질이 좋지 않은 곳이 있다. 여러분의 양해 부탁드린다.
이승훈/ EBS PD agonglee@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