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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자의 뒤틀린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살바토레 줄리아노>

<살바토레 줄리아노> Salvatore Giuliano

1961년

감독 프란체스코 로지

상영시간 123분

화면포맷 1.85:1 아나모픽

음성포맷 DD 1.0 이탈리아어

자막 영어

출시사 크라이테리언(미국)

‘무정부주의자가 뭐냐’는 꼬마의 질문에 어머니는 ‘왕을 죽이고 폭탄을 던진 뒤 교수형당하는 사람’이라고 답한다. 이탈리아영화 <사랑과 무정부주의>의 한 장면이다. 이런 나라에서 정치영화의 대가인 프란체스코 로지가 나온 건 당연한 일이다.

로지의 이미지를 각인시킨 <살바토레 줄리아노>는 총에 맞아 죽은 줄리아노의 몸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애초부터 로지는 일그러진 영웅에 관한 영화를 만들 생각은 없다. 실제로 줄리아노의 얼굴은 제대로 보여지지도 않고, 그의 대사라곤 단 몇줄뿐이다(이에 비해 마이클 치미노의 <시실리안>에서 우수에 찬 영웅으로 활약하는 살바토레 줄리아노는 우스울 뿐이다). 로지는 도적 줄리아노가 활동했던 1943년부터 1950년까지의 시칠리아를 저널리스트가 사건을 따라가듯이 재현한다. 과거 파시스트마저 포기했던 그 땅에서 지역자치정부와 마피아, 경찰 그리고 군부, 지주 같은 수구세력들이 배신과 음모를 벌이고 그들의 역학관계에 의해 사람들은 희생당한다.

<살바토레 줄리아노>를 보면 시간이 흘러도 정치가와 권력자의 모습은 변하지 않는 것 같다. 시칠리아에서 부르봉 왕가를 물러나게 했던 가리발디라 하더라도 한낱 정복자일 뿐이며, 2차대전 뒤 시칠리아의 독립을 부르짖었던 분리주의자도 그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기자의 물음에 한 노점상이 ‘줄리아노는 부자에게 뺏어서 가난한 자에게 나눠줬던 자’라고 말하는 영화 속 장면이 어쩌면 현실은 아닐까? 한낱 사기꾼에 불과한 자가 영웅이 되는 세상, 그 속에서 눈을 뜨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조금의 잡티를 빼면, DVD는 완벽하게 복원된 흑백 영상을 보여준다. 다수의 크라이테리언 DVD에서 음성해설을 맡았던 피터 코위의 음성해설 외에도 인터뷰, 뉴스 릴, 다큐멘터리 등의 충실한 부록이 두장의 디스크에 담겨 있다. 이용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