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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성과 성스러움의 결합, <하퐁>
조성효 2004-03-18

<하퐁> Japon

2002년

감독 카를로스 레이가다스

상영시간 129분

화면포맷 2.35:1 아나모픽

음성포맷 DD 2.0 스페인어

자막 영어 자막

출시사 Artificial Eye(PAL, 영국)

가끔은 영화가 영혼을 구원하기도 한다.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에게 노크없이 찾아와 충만함을 남겨놓는 형태로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항상 거장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만은 아니다.

도시에서 온 화가가 자살하기 위한 장소로 험준한 계곡의 마을로 온다. 그는 한 할머니의 도움으로 구원을 얻지만 대신 그녀는 뜻하지 않은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스페인어로 일본을 의미하는 제목의 <하퐁>은 소재에서 키아로스타미를, 연출에서 타르코프스키나 브레송을 연상시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링클레이터의 표현을 빌리자면 자신만의 언어로 ‘성스러운 순간들’을 말한다. 카를로스 레이가다스 감독은 데뷔작을 비전문 배우들을 기용하여 만들었다. 자살하려는 남자는 부모의 친구였으며 할머니는 로케이션 부근에서 캐스팅했다. 나머지 엑스트라 역시 현지주민들로 구성되었다. 이 때문에 <하퐁>은 도그마영화와는 전혀 다른 각도에서 사실적 느낌을 갖는다.

한 남자에게 다시 찾아온 일출이 주제라고 본 감독은 해뜨는 나라 한국도 영화제목의 후보로 생각하였으나 감정 숨기기에 강한 하이쿠의 나라 일본에 가점을 주었다고 서플먼트에서 밝히고 있다. 가스파 노에의 <아이 스탠드 얼론>에서 착안하여 16mm 카메라에 아나모픽 렌즈를 사용한 영화는 명암구분이 확연하고 약간의 그레인을 동반한 독특한 와이드스크린의 영상을 만들어내며 2002년 칸영화제에서 황금카메라상(특별언급)을 수상하였다. 현대적 느낌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으로 시작하지만 바흐와 아르보 페르트의 곡으로 영화는 성스러운 분위기를 계속 유지한다. 섹스하다말고 흐느끼는 남자를 어루만져주는 아센 할머니의 모습은 성모와도 닮았으나 종국에 한 남자와 관객을 구원함으로써 그녀는 예수의 모습에 좀더 근접해간다(아센은 승천한 예수를 의미한다). 서플먼트로는 40분 분량의 감독 인터뷰와 30분 분량의 로케이션에서 가진 시사회 정경이 담겼다. 조성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