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리트는 분명 진보적 성향을 견지했던 인물이지만 결국 한명의 할리우드 영화감독이었다. 대표작 <노마 레이>에서조차 사회구조의 해부보다는 개인의 드라마 만들기에 치중하는 한계를 드러냈던 그는 유작 <스탠리와 아이리스>에 이르러 계몽주의자의 초상을 보여주고 만다. 영화의 중요도와는 상관없이 그의 영화는 우직한 만큼 영롱하지 못하고 순진한 만큼 식상하기 쉽다. 다시 보기엔 심심하다는 이야기인데, <프론트>나 <허드> 등은 예외에 속한다. 그러니까 <프론트>가 그의 영화 중 재회의 기쁨이 가장 큰 작품이 된 것은 역으로 마틴 리트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프론트>에는 돌려 말하기의 불순함이 있다.
<프론트>는 실제로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마틴 리트와 작가 월터 번스타인 그리고 몇몇 배우들 자신의 이야기였다. 그러나 <프론트>는 현실의 처절함을 직접 보여주기보다는 풍자와 재치로 우회하는 방법을 택했다. 1950년대 초반, 마녀사냥이 한창이었던 미국에서 빨갱이 작가에게 이름을 빌려주고 살아가는 남자의 이야기는 한참을 웃게 하다가도 어느 순간 코끝을 찡하게 만든다. 냉전과 불안 그리고 대적의 시대(영화 초반에 잠시 보여지는 38도선을 그냥 넘겨버리긴 힘들다)엔 웃음이 매서운 칼이 될 수도 있음을 극적으로 잘 표현한 작품이다. 주연을 맡은 우디 앨런의 역할이 컸음은 물론이다.
콜럼비아 클래식 DVD들이 대부분 그랬던 것처럼 <프론트> DVD에는 별다른 부록이 없다. 간혹 보이는 화면 열화가 눈에 거슬리기도 하지만, 그외에는 입자가 굵고 사실적인 경향의 전형적인 1970년대 영상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