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흑백 93분
감독 김기덕
출연 신성일, 엄앵란, 황정순, 박암
EBS 3월14일(일) 밤 11시
불과 10여년 전까지도 말띠 해에 딸을 낳으면 여자 팔자가 사납다는 잘못된 통념이 있었다. 1966년 말띠 해에 개봉된 영화 <말띠 신부>는 그런 사회통념을 코믹하게 그리면서 그에 대한 은근한 풍자와 비판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말띠 해, 그중에서도 ‘백말띠 해’였던 1966년 당시만 해도 이런 소재로 영화를 만들고 주목받을 정도로 여성에 대한 금기나 그를 통한 사회적 통제가 만연해 있었다. 요즘 이런 소재로 영화를 만들면 글쎄, 주목을 받을 수 있을지….
이 영화를 연출한 김기덕 감독은 <맨발의 청춘> <남과 북>처럼 멜로영화를 주로 만들었는데, <말띠 신부>는 감독이 기억하는 최초이자 최후의 코미디영화이다. 하지만 그저 웃고 마는 코미디영화가 아니라 세태풍자를 통한 계몽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대다수 사람들이 사주팔자라는 것에 얽매여서 얌전하고 온순한 여성상이 최고의 미덕인 것으로 생각하는, 그래서 획일적인 여성상을 강요하는 사회적 억압기제와 선입견을 감독은 풍자라는 장치를 통해 깨고 싶었던 것 같다.
김기덕 감독은 <말띠 신부>를 통해 몇 가지 영화적 실험을 하는데, 그중에서도 타이틀 화면을 애니메이션으로 처리한 것을 들 수 있다. 지금이야 대단한 것이 아니지만, 당시로선 획기적인 실험이었다. 이 애니메이션은 한국 최초의 애니메이션으로 기록된 <홍길동전>(1967)과 <호피와 차돌 바위>(1967)를 그 다음해에 만든 신동헌 감독이 제작했다. 또 말띠 딸을 낳지 않으려는 말띠 신부 커플들의 이야기를 옴니버스식으로 구성하고, 사주센터 주인을 극중 화자로 장치한 것도 특이하다. 이외에도 한국 최초의 록그룹 ‘키보이즈’의 특별출연도 색다른 볼거리이다. 이승훈/ EBS PD agonglee@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