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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토니오니를 DVD로 만나야 하는 이유, <욕망>
2004-03-09

<욕망> Blow-Up

1966년 감독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상영시간 111분 화면포멧 1.85:1 아나모픽 DD 1.0 영어, 프랑스어 자막 영어 출시사 워너(미국)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욕망>은 지금까지 제작된 영화 중에서 가장 모호하면서 신비로운 영화의 하나인 동시에 예술영화로 분류되는 영화 중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성공한 작품일 것이다. 런던의 바람둥이 패션 사진작가 토마스가 우연히 촬영하게 된 연인의 정사장면이 해결할 수 없는 살인사건의 수수께끼에 단초를 제공한다. 미궁으로 빠져들어가는 과정을 카메라의 시선과 인식론적 사고간의 혼재와 분열의 과정으로 묘사한 이 작품은 현실과 허상, 진실과 허구, 그리고 실재와 모사 사이의 가늘고 긴 경계선에 대한 인식론적 질문과 1960년대 ‘스윙잉 런던’으로 표출된 비트 세대의 문화적 감수성에 대한 과감한 표현으로 그 철학적 난해함에도 불구하고 발표 이래 꾸준한 대중의 관심을 받아왔다. 특히 이전의 안토니오니 작품에서 보여주었던 차가운 모더니즘의 세계에 균열이 생기고 있음을 과감한 카메라의 움직임과 일련의 현란하고 빠른 편집에서 그 단초를 찾아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그리고 록음악 팬에게는 영화에 수록된 전설의 기타리스트 제프 백과 지미 페이지의 야드버즈 공연장면은 멋진 보너스이다).

2월17일 북미에서 발매된 <욕망>의 DVD는 모든 면에서 작품의 명성만큼이나 훌륭한 DVD로 평가받을 만하다. 이전의 결정판으로 알려져 있던 크라이테리언 컬렉션의 CAV LD 버전의 환상적인 화질을 기억하는 많은 이들에게조차 DVD 특유의 푸른색 위주의 차가운 질감으로 트랜스퍼된 화면에서 뿜어내는 안토니오니 특유의 공허함과 런던 패션계의 화려한 색채 사이의 무덤덤한 대비는 DVD가 존재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로 꼽을 정도로 훌륭하다. 오디오는 오리지널에서 지원하는 모노 음성이 지원되나 음향이 절대적으로 제어되어 있는 안토니오니 영화의 성격을 고려해보면 그리 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다. 부록으로는 예고편과 음악 트랙 이외에 영화평론가이자 안토니오니에 대한 평전을 출간한 바 있는 영화학자 피터 브루넷의 육성해설이 담겨 있으나, 전해주는 정보의 많은 양에도 불구하고 그리 흥미롭지는 않다. 사실 <욕망>의 DVD는 작품 자체의 영화사적 가치나 북미에서 동시에 출시되었던 비스콘티의 <베니스의 죽음>의 국내 출시를 계기로 기대해본 타이틀이었으나, 안타깝게도 흥행의 한계 때문인지 아니면 복잡한 판권문제 때문인지 국내 출시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현재 <욕망>의 DVD는 북미에서 지역코드 1로만 출시되어 있다.

이교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