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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스 형제의 슬랩스틱 웃음의 정수
2004-03-09

<막스 브러더스의 스파이 대소동: 오리 스프> Duck Soup

1933년 / 레오 매커리 / 70분 / 1.33:1 영어 DD 1.0 / 자막 한글, 영어/ 유니버설

펜으로 그린 콧수염의 그루쵸, 여자만 보면 쫓아가는 하포, 이탈리아 악센트의 치코, 핸섬보이 제포로 구성된 막스 형제는 보드빌 쇼와 브로드웨이, 영화 그리고 TV와 라디오까지 무대와 매체를 바꿔가며 오랫동안 사랑을 받았던 슬랩스틱코미디 배우들이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코코넛>과 <애니멀 크렉커>의 성공으로 이들 작품에 대한 영화화가 추진되면서 막스 형제는 파라마운트의 영화 5편에도 출연하기 시작한다.

<막스 브러더스의 스파이 대소동: 오리 스프>(이하 <오리 스프>)는 파라마운트와의 5번째 작품이면서 자신만의 캐릭터를 창조하는 데 실패한 막내 제포가 마지막으로 참여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후 <A Night at the Opera>와 같은 MGM영화들이 흥행에서 훨씬 좋은 성적을 거두지만 1930년대 공황기의 미국 정치인들을 풍자하고 있는 <오리 스프>는 막스 형제의 가장 중요한 출연작으로 여겨진다.

파산에 이른 자유국가 프리도니아에 돈줄을 쥐고 있는 티즈데일 부인의 추천으로 파이어플라이(그루쵸)가 대통령으로 추대된다. 자국 대사가 뺨 맞았다는 이유로 전쟁을 선포한 이웃나라 실바니아는 핑키(하포)와 치콜리니(치코)를 스파이로 파견하여 프리도니아의 전쟁계획을 입수하려 하나 실패하고 수륙양공으로 쳐들어온다. 수많은 적군을 오직 4형제와 티즈데일 부인만이 상대하고 있을 때 실바니아의 대사가 생포되고 전쟁은 프리도니아의 승리로 끝난다.

언제 태어났느냐는 질문에 그땐 아기여서 기억을 못한다는 대답이나 세금(Taxes)과 돈(Dollars)을 텍사스(Taxes)의 댈러스(Dallas)로 오해하는 치코의 언어적 유희, 형제간의 인상 깊은 거울마임과 피아식별이 되지 않는 전쟁장면, 그리고 최악의 감독 에드우드가 배웠음직한 지원군 출동장면에서의 짜깁기 편집 등은 지금 봐도 여전히 당황스럽고 즐겁다. 국내에선 유니버설을 통하여 출시된 막스 브러더스 컬렉션 DVD들은 전세계적으로 절판된 상태이며 국내에서도 <오리 스프>는 이미 절판되었다. 수천장 단위로 발매되는 한정판보다 수백장만 찍어내는 고전영화들이 따지고보면 진정한 한정판인 셈이다.

조성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