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흥행에는 참패했지만 에서 보여줬던 팀워크를 맞춰 톱니바퀴처럼 정밀하게 움직이는 전사들의 동선 연출이 강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에, 맥티어넌이 자신의 특기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상의 도구인 특전대원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베이직>에 개인적으로 상당한 관심을 가졌다.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는 기대했던 밀리터리 액션물이 아니라 악천우 속에 파나마 정글에 훈련차 투입된 레인저 대원들 사이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진상과 마약이 개입된 배후를 둘러싸고 생존자와 관계자들이 <라쇼몽>처럼(라벨의 <볼레로>도 동일하게 나온다) 서로 엇갈리는 진술을 하는 추리물 형식의 스릴러라는 사실이 당혹감을 주었고, 연속되는 반전 구도도 다소 작위적으로 느껴졌었다.
하지만 DVD로는 복잡하게 꼬아놓은 내용을 차분히 되짚어가며 좀더 집중해서 즐길 수 있어 극장에서보다 훨씬 더 큰 만족감을 주었다. 아나모픽 2.35:1 영상은 최근 작품답게 대체적으로 우수한 화질을 보여주는데, 약간 과포화된 느낌을 줄 정도로 색농도가 높다. 폭풍우 속의 정글이나 어두운 실내장면에서도 준수한 해상도를 유지한다. 돌비디지털 5.1 채널도 묵직한 총격음과 공간을 두텁게 에워싸는 천둥과 폭우소리, 또렷한 대사 전달 등 골고루 만족스러운 음향을 들려준다. 감독의 음성해설과 2개의 제작 다큐멘터리, 촬영현장 소개, 인터뷰 모음 등 서플먼트도 충분하다.
김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