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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참을 수 없다, 그와 그녀, <참을 수 없는 사랑>

우리는 작가 역을 맡은 코언 형제에게 익숙해져 있다. 그럴 때 그들은 1970년대 미국 작가 노선의 후예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들은 간혹 시대를 건너 장르의 거장들이 활약하던 시절로 떠나기도 하는데, <참을 수 없는 사랑>이 그런 경우다. 둘은 기존 작업방식과는 달리 타인의 원작을 각색했으며, 제작과정에서도 스튜디오의 요구가 상당수 작용했음이 짐작된다. 그래서 그런지 <참을 수 없는 사랑>에는 과거 스튜디오 시절의 기성품, 정확하게는 스크루볼코미디의 터치가 넘쳐흐른다. 그들의 작품 중에서 순수한 의미의 오락물로서 가장 두드러지게 기능하는 예라 하겠다. 그런데 이 영화의 많은 공로는 두 주연배우에게 돌려야 할 것 같다. 두 배우는 고상한 척하는 게 넘치다 못해 종종 천박함에 이르는 캐릭터를 연기하지만, 우리는 결국 그들을 사랑하지 않고는 못 배기게 된다. <참을 수 없는 사랑>에서 조지 클루니와 캐서린 제타 존스는 단지 눈을 못 떼게 하는 매력만 보여주는 시시한 배우가 아니다. 멸종된 줄로만 알고 있었던 고전적 광채를 지닌 두 사람은 요즘 배우로선 드물게 스타라고 불릴 만하다.

이상한 건 DVD의 영상이다. 유화 같았던 필름의 느낌은 가을날의 햇살이 비친 그림을 보는 듯한 DVD 영상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그런 색다른 면 외에는 별다른 불만을 느낄 수 없다. 영화의 호흡이 흥겹고 빠르게 흘러가는 데는 몇몇 노래와 거창한 스코어가 한몫하는데, DTS가 보강된 사운드 또한 만족스럽다. ‘제작 영상’, ‘의상 디자인’, ‘아웃 테이크’ 등의 부가영상은 영화처럼 단출하면서도 깔끔하고 익살맞다.

이용철

Intolerable Cruelty / 2003년 / 조엘 코언 / 100분 / 1.85:1 아나모픽 DD & DTS 5.1 영어 / 한글, 영어 / 유니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