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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숨쉬는 스크루볼코미디의 진수, <연인 프라이데이>

1929년의 대공황과 번잡한 도시생활에 지친 미국 사람들은 구식 이야기에 싫증을 내기 시작했다. 현실을 다룬 이야기가 필요한 그들에게 스크루볼코미디 장르가 다가간 건 당연한 순서였다. 스크루볼코미디를 신문을 펼치면 바로 나오는 사건 보고서로 해석한다면 <연인 프라이데이>는 그 정점에 해당한다. 하워드 혹스가 <베이비 길들이기>(1938)에 이어 창조한 이 놀라운 코미디에는 연출과 연기 그리고 각본의 삼중주가 살아 숨쉰다. 종종 광기로 치달으면서 신경쇠약 직전의 상태에 이르곤 했던 스크루볼코미디는 하워드 혹스의 위력 앞에선 깔끔하고 정제된 모습을 보여줄 따름이다.

<연인 프라이데이>의 즐거움은 속사포 같은 대사에 있다. 신문사와 사건 기자실에서 쉴새없이 흘러나오는 대사를 따라가다보면 다소 우울할 수도 있는 영화 속 사건은 언제 있었냐는 듯 잊혀진다. 그렇다고 감독들이 현실에서의 도피처를 마련했다고 볼 수만은 없다. 그 이상하고 엉뚱한 결말을 통해 스크루볼코미디 감독들은 영화는 허상을 제공할 뿐이며 실제 세상의 변화는 불가능하거나 우리의 몫이라는 걸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원작 <프론트 페이지>의 두 남자주인공이 남녀로 바뀌면서 <연인 프라이데이>는 남녀간 대결구도와 좌충우돌 러브스토리로 전개된다. 다른 스크루볼코미디의 여주인공들처럼 로잘린드 러셀은 전문직 여성을 연기하면서 거세된 남자 혹은 중성적 이미지를 풍긴다. 당연히 여기엔 애절한 러브스토리는 있을 수 없고, 몸과 마음이 아닌 머리와 입을 통한 대화만이 흘러나온다. 흥미로운 건 스크루볼코미디의 여주인공은 극중 다른 여성으로부터도 이해받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그녀들은 관음증에서 해방된 유일한 영화 속 여자가 됨과 동시에 고유한 여성성을 갈취당한 존재가 되고 만다. 두 남녀가 기자실을 나가면서 끝나는 <연인 프라이데이>가 만들어진 뒤 60년이 흘렀다. 그들은 과연 그뒤 행복한 부부가 되었을까? 아니면 다른 시간을 보냈을까? 현실을 보면 뻔히 나오는 답을 묻는 사람이 바보일 게다.

이용철

His Girl Friday / 1940년 / 하워드 혹스 / 92분 / DD 2.0 모노 영어 / 한글, 영어 / 콜럼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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