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 오종은 작가로서의 야심을 숨기려 하다가 얕은 속을 스스로 드러내는 새침데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영화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가 현재 프랑스 작가영화의 하부구조 혹은 그것과 대중영화의 아슬아슬한 경계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대의 누군가가 변화하고 발전하는 것을 보는 건 항상 흥미로운 일이다. 당연히 그에게서 선배작가들이 도달했던 영역을 기대하긴 아직 이르다. 전작 <바다를 보라>와 <사랑의 추억>에서 다뤘던 ‘낯선 자의 방문과 실종의 미스터리’를 반복한 작품 <스위밍 풀>은 의미있는 질문보다는 단순한 미스터리의 주변에서 맴돌 뿐이다.
<스위밍 풀>과 그보다 1년 먼저 칸영화제에 도착했던 린 램지의 <모번 켈러>를 비교해보면 오종의 빈 공간이 더 드러난다. 전자가 ‘남의 삶을 소재로 글을 쓰는 여자’의 한낮의 꿈을 그렸다면, 후자는 ‘남의 글로 자신의 삶을 사는 여자’의 거친 꿈을 다룬다(두 영화의 배우와 극중 이름이 유사한 게 단순한 우연처럼 느껴지진 않는다). <모번 켈러>가 지금 세대와 나누는 존재론적 질문과 새로운 모럴 그리고 창작자에게 안겨준 혼란에 비하면 <스위밍 풀>이 선택한 길은 너무 안이하다. 오종은 우리가 개인 수영장에 머무는 동안 누군가는 세상에서 치열하게 살고 있다는 걸 잊고 있다. <스위밍 풀>은 좀더 솔직하면서도 용감하며 낯선 길을 가는 게 좋았을 것이다.
프랑스 시골 마을은 DVD 속에 시원하게 표현되었으며 강한 햇살이 살아 숨쉰다. 그러나 밤장면에선 영상이 심하게 거칠어지고, 실내장면도 간혹 불안정하다. 사운드는 명료한 대사 표현 외에 스산한 바람 소리가 너무 좋아 몇번을 들었다. 신작치곤 부가영상이 적은 편인데, 삭제장면(12분)과 인터뷰(26분)를 통해 영화의 미스터리를 간접적으로 풀어보는 재미는 좋은 편.
이용철
Swimming Pool / 2003년 / 프랑수아 오종 / 102분 / DD 5.1, DTS 5.1 영어, 프랑스어 / 한글, 영어 / 비트윈
▶▶▶ [구매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