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드는 이란의 한 시골 마을에 사는 초등학생. 그의 짝꿍은 네마자데. 네마자데는 숙제를 안 해와서 선생님께 혼나고, 다시 또 숙제를 안 해오면 퇴학시키겠다는 무시무시한 꾸중을 듣는다. 옆에서, 톡 하고 손대면 터질 것만 같은 눈망울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마드는 방과후 집에서 숙제를 하려고 공책을 꺼내는데, 아차 그만 짝꿍 네마자데의 공책을 가져와버린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네마자데는 숙제를 못하게 될 것이고 그럼 네마자데는 퇴학당하고 말 것이다. 아마드는 네마자데의 공책을 들고 친구 네마자데의 집을 찾아간다. 언덕을 오르고, 골목길을 헤매며 네마자데의 집을 물어물어 가보지만, 아무도 네마자데의 집을 모르고 더구나 네마자데란 이름을 가진 아이가 한둘이 아니란다. 날은 저물고 집에 돌아오니 엄마 심부름에 할아버지 담배 심부름까지 바쁘다. 친구의 집을 찾지 못한 아마드는, 밤을 새워 네마자데의 숙제까지 한다. - 영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이란,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 1987년작)
인생은 숙제다. 인간은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생을 누리기를 희망하지만, 삶은 해야 할 일을 그날그날 막아내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인생에서 행복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고, 고통은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다. 오늘 제출하면 내일의 숙제가 또 제시되는 일상 속에서 우리는 관계에 대해서도 책임져야 한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또 선생님의 집은 어디인가. 시부모와 처갓집은 어디인가. 고객의 집은 어디인가. 거래처의 사무실은 어디며 본사는 어디인가. 상사의 집은 어디며 학과장댁은 어디인가. 고아원과 나눔의 집은 어디인가. 매국노의 집은 어디이며 왕릉과 선조의 묘는 어디인가. 새로 개설했다는 그 친구의 홈페이지는 또 어디인가. 인생은 그 집들을 찾아다니며, 내가 가진 것을 전해주거나, 전해받은 것을 물려주거나, 구입한 것을 팔거나, 신세를 지거나 도움을 주거나, 사랑을 나누거나 아부를 하거나, 서로의 외로움을 달래는 일들로 얼기설기 연결되어 있다. 길 없고 문 없는 집이 존재 할 수 없듯이, 세상과의 어떠한 관계도 없고 어떤 숙제도 짊어지지 않은 인생이란 존재할 수 없다. 세계는 관계들의 권리와 의무와 업보의 숙제들로 링크된 집들의 합이다.
글·그림 김형태/ 무규칙이종예술가 www.theg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