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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소리로 뽑아낸 생활리듬, <자토이치> OST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신작 <자토이치>는 칼과 도박의 달인인 유명한 맹인검객 자토이치 이야기이다. 일본 사람이면 누구나 알고 있는 만화 작품이자 TV시리즈물을 리메이크한 작품. 기타노는 너무나 유명하여 오히려 창조적 재현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이런 작품을 웬만큼 훌륭하게 자기 식대로 주물러내고 있다. 스스로 맹인검객 역할을 맡아 촌철살인의 ‘내공 연기’를 펼치기도 한 그는 살이 후두두 잘려나가고 피가 솟구치는 장면에서도 정적인 긴장감을 잃지 않는다. <하나비> 같은 영화에서의 총격장면도 그랬다. 또 특유의 스타일 혼합을 통해 사무라이영화의 장르적 경계를 넘어서는 시도도 하고 있는데, 이 혼합에서는 기타노 특유의 코미디 감각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정적인 긴장감과 특유의 기지, 그 둘 사이의 오감과 둘의 적절한 배치가 언제나 기타노 영화에 개성을 부여해온 요소였다면 이번 영화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스타일 혼합의 주된 재료는 뮤지컬적 요소. 이 대목은 몇년 전 비욕이 주연을 맡아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어둠 속의 댄서>가 모델이 된 듯싶다. 이 영화에서 주로 그랬듯, 일상적인 사운드가 어느새 리듬이 되고, 그 리듬을 배경으로 하는 배우들의 동작은 어느새 춤이 되는 방식을 <자토이치> 역시 많이 따르고 있다. 물론 <어둠 속의 댄서>처럼 배우들이 노래하고 전형적인 안무에 의해 움직이지는 않지만 기본 구도는 <어둠 속의 댄서>를 많이 벗어나지 않는다.

이같은 방식을 가능케 하는 것은 ‘음악’이다. 현대적인 디지털 샘플링 기술은 구체음악의 연장선상에서 일상생활에서의 소리들을 자유자재로 표본추출하여 그것을 리듬으로 삼을 수 있다. 이 영화의 음악감독 스즈키 게이치 역시 그런 방식으로 농부들의 쟁기질, 목수들의 망치질이 자연스럽게 음악적 리듬이 되게 하고 있다. 스즈키 게이치는 전설적인 일본 록 밴드 ‘문라이더즈’의 보컬리스트이자 기타리스트, 키보디스트이다. 1977년에 결성되어 91년에 멤버교체 없이 결성 25주년을 맞은 이 밴드를 이끌어가는 스즈키는 일본 록의 선구자 중 한 사람으로 평가된다. 그는 이 영화에서 미디를 기초로 한 전자음악과 일본 특유의 소박한 타악기들을 결합시킨다. 이 방식은 전형적인 일본 영화음악 생산방식의 하나이다.

스즈키가 생활에서 추출하여 디지털적으로 반복시킨 ‘생활리듬’은 급기야 영화 끝장면에서 초유의 ‘게다 탭댄스’신에 이른다. 생활리듬이 자연스럽게 흥겹기 그지없는 ‘축제’의 기본 장단이 되게 하는 걸 보면 기타노 특유의 밑바닥 삶에 대한 애착이 느껴진다. 기타노의 그 대목은 늘 찡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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