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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댁 대박나다, TTU 1억원 시나리오 당선자 김정화 작가
사진 이혜정심지현 2004-02-18

프로필

1970년생·KBS <도전! 골든벨>(<접속 신세대>), KBS <공개수배 사건25시>, KBS <역사스페셜-조선왕조 기피인물 제1호 허균> 등 구성작가 활동·서울여성영화제 데일리 뉴스 편집장·방송 프로덕션 기획 PD

조우필름, 이스트필름, 영화사 백두대간이 제휴한 2003년 TTU 시나리오 공모전에서 30대의 사랑과 섹스를 다룬 시나리오가 고료 1억원에 당선됐다. 작품의 완성도는 물론이고 시의 적절한 소재와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제작 실현 가능성을 인정받은 이 작품의 이름은 <키스 프로젝트>(가제). 키스까지는 잘되지만 섹스가 도무지 안 되는 서른두살 숫처녀와, 키스는 절대 하지 않고 ‘돈 벌기 위한’ 섹스라면 어떤 여자도 마다지 않는 스무살 청년의 유쾌한 동거 이야기다.

시나리오 작가 김정화(35)씨는 이미 방송작가 경력 8년차의 탄탄한 글쟁이다. 시나리오 작가들의 대본료가 5천만원을 밑도는 실정에서 1억원의 당선 고료는 “작가를 예우하는 풍토를 만들겠다”는 TTU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모두 839편의 응모작 가운데 1억원 당선작 1편, 2천만원 가작 2편이 행운의 주인공이 됐다. 일년 남짓 시나리오 작법을 배워 정식 공모전에서 덜컥 최고료 수상자가 된 그녀는 지금도 얼떨떨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중이다.

“8년간 방송 대본을 쓰긴 했지만, 시나리오를 배운 건 2003년 봄부터였어요. 원래 그해 가을에 있을 영진위 시나리오 공모에 내려고 준비했었는데, 마무리가 덜 돼 이번에 응모하게 된 게 오히려 제겐 더 큰 행운으로 돌아왔죠.” 처녀작이라지만, 문장 한줄마다 느껴지는 공력은 그간의 방송작가 경력을 고스란히 느끼게 한다. 평소 털털하고 맺힌 데 없다가도 컴퓨터 앞에만 앉으면 완벽주의자가 된다는 그녀. “일단 쓰고 보자는 유형과는 거리가 한참 멀어요. 신마다 마무리가 확실히 되어야 다음 신으로 넘어갈 수 있죠.”

코믹한 터치로 그려진 이번 작품은 자연스러운 대사 처리가 가장 힘들었다. 관념적이고 어두운 글쓰기를 주로 해왔던 터라 이번만큼은 어깨에 들어간 힘을 쫙 빼고, 동네 친구와 채팅하듯이 가볍게 풀어나갔다. 초반에는 인물 설정에 애를 먹었지만 중반부터는 등장인물이 스스로 말을 하는 듯한 신나는 경험도 했다. 그만큼 살아 있는 인물 묘사가 이 작품의 강점인 셈이다. 섹스치로 등장하는 여주인공의 모델은 실제 친하게 지내는 한 친구의 모습. 사랑을 기다리다 성 경험 한번 없이 나이만 먹었다고 푸념하는 주인공은, 그래서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친구들처럼 친근하고 다감하다. 대본을 쓸 때, 엉뚱하지만 귀여운 노처녀 역할에는 심은하를, 날랜 제비처럼 여자들의 마음을 녹여내는 남자주인공 역에는 비를 떠올리기도 했단다. “30대의 일상이 어느새 문화의 트렌드가 된 것 같아요. 그 덕에 제 이야기가 주목을 받는 것 같고. 나중에 영화로 만들어졌을 때, ‘김정화표 영화’라는 소리를 듣는다면 가장 기분이 좋을 것 같아요.” 로맨틱코미디를 쓰면서 스스로 치료가 된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그녀는 다음 작품 역시 로맨틱코미디를 구상하고 있으며, 불륜과 배신에 관한 미스터리스릴러도 기대해 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