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처음 겪는 일이 하나 있었다. 영업사원이 테이프를 들고 오면서부터 “이건 영화가 아니라 계속 배우들 인터뷰로 되어 있거든요. 안 사셔도 되니, 한번 돌리세요” 하면서 다섯장이나 놓고 가는 거였다. 무조건 재미있다며 판매에 열을 올려야 하는 영업사원이 이런 식으로 선수를 치는 경우는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에 ‘뭔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재킷에 실베스터 스탤론과 재키 챈이 각기 총을 들고 웃으며 서 있는 그 영화는 바로 <머니 게임>이었다.
대여를 시작한 직후, 정말로 무수히 많은 의견들이 쏟아졌다. 신프로라면 무조건 보는 고객에서부터 액션영화를 선호하는 사람들, 유명한 배우가 나오는 영화를 선호하는 사람들까지 반납하면서 한마디씩 하는 것이었다. “이거 영화도 아니에요”에서 “이거 뭐야?”까지…. 나 역시 도대체 어떤 영화인지 궁금했던 차에 반품 전날, 드디어 시사를 했다.
“어잉!!!” 영화를 보던 나의 얼굴은 희열로 번지기 시작했다. 원래 정상적인 것보다 약간 비뚤어진 것, 희한한 것에 관심이 가는 나로서는 이 영화에 대한 애정이 증폭되기 시작했다. 몇년 전 기사로 접했던 앨런 스미시 감독의 영화였기 때문이었다. 영화의 원제는 <`Alan Smithee Film : An Burn Hollywood Burn`>으로 영화의 완성도가 감독의 이름을 실명으로 밝힐 수 없을 정도가 되었을 때 가명 앨런 스미시라는 존재를 만들어내게 된 할리우드를 비판하는 영화이다. 간절하지는 않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는데 이런 식으로 만나게 될 줄 어찌 알았던가?
<원초적 본능>의 시나리오 작가 조 에스터하즈의 시나리오에 아서 힐러 감독이 연출한 이 작품은 의도와는 무관하게 결국 앨런 스미시라는 이름을 또 쓸 수밖에 없는 결과를 초래하고 만 것이다. 이주현|영화마을 종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