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만든 조각상과 사랑에 빠진 남자가 아프로디테의 도움으로 사랑을 이룬다는 그리스의 피그말리온 신화는 20세기 초 버나드 쇼에 의하여 조금 다른 결말로 희곡화된다. 이후 그의 스토리는 신화적 결말로 귀환되어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선보이는데 <마이 페어 레이디>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고 줄리 앤드루스라는 걸출한 스타를 탄생시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줄리 앤드루스는 이 뮤지컬의 영화버전에 캐스팅되지 못하고 일라이자 역을 오드리 헵번에게 넘겨주어야만 했다.
오드리 헵번은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문 리버>를 멋지게 부른 바 있고 <화니 페이스>를 통해 노래할 수 있는 배우임을 입증하였지만 <마이 페어 레이디>에서의 노래는 허락되지 않았다. 그녀의 노래는 <왕과 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서 목소리 대역을 한 마니 닉슨이 맡는데 DVD 서플에 따르면 그녀와 워너와의 계약은 사실누설을 금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사실은 모두에게 알려졌고 오드리 헵번은 뛰어난 연기에도 불구하고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조차 오르지 못하는 치욕을 당한다. <마이 페어 레이디>는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8개의 오스카를 거머쥐지만 여우주연상은 디즈니의 <메리 포핀스>로 방향을 선회한 줄리 앤드루스가 보란 듯이 가져갔다.
해피엔딩과는 달리 헵번의 아픔이 담긴 있는 영화는 고전원작의 연출에 일가견이 있는 조지 쿠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헵번은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중년 남자와의 조심스런 사랑을 사랑스럽게 연기한다. 이번에 발매되는 SE판은 기존판과 AV적 퀄리티는 대동소이하나 서플먼트가 추가되었다. 세실 비튼이 디자인한 경마장에서의 흑백 의상들은 놀라운 색 순도로 재현되는데 DVD는 고전영화 복원에 대한 정의를 보여준다. 앙드레 프레빈이 연주한 뮤지컬 넘버들도 어색함 없이 채널 분리되어 귀를 즐겁게 한다. 60만달러가 투입된 필름 복원과정 다큐를 보고 있노라면 소스에 대한 판권없는 해외발매 DVD를 무단 리핑하고 이를 고스란히 심의허가해주고 있는 국내 실정이 더욱 씁쓸하게 느껴진다. (조성효)
조성효
My Fair Lady / 1964년 / 조지 쿠거 / 172분 / 2.35:1 아나모픽 / DD5.1 영어/ 한글 & 영어 자막 / 워너(2 디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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