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t Pupil 1998년
감독 브라이언 싱어
출연 이안 매켈런
EBS 2월7일(토) 밤 10시
영화 원제보다 국내 소개명이 근사한 경우도 있다. ‘Apt Pupil’(영민한 학생)이라는 밋밋한 제목이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로 둔갑한 것도 하나의 예가 되겠다. 은밀하게 비밀을 공유하는 어느 노인과 소년. 이들의 관계를 들여다보는 것은 어느 정도 관객 스스로 그들의 음모에 몸소 가담하는 과정이 되기도 한다.
고등학생 토드 보우덴은 역사시간에 배운 유대인 대학살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다. 공부를 하기 위해 인터넷을 찾고 유대인 대학살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된다. 그리고 우연히 사진 속의 나치 친위대원이 버스에서 우연히 마주친 이웃집 할아버지 커트와 닮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커트는 세계대전 중 나치였던 것. 토드는 커트를 경찰에 신고하지 않는 대신 유대인 대학살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말해달라는 제안을 한다.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의 내용이 어딘가 낯설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면 그것은, 원작자의 흔적이 진하게 배어 있는 탓이다. 스티븐 킹의 소설 원작인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은 다른 원작자 작품이 그렇듯 성장담과 판타지, 그리고 역사의 편린을 교묘하게 배치하고 있다. 같은 이유로 영화는 내러티브의 가닥을 잡고나면 이후 흐름을 약간씩 앞서 따라잡을 수 있는 흠이 엿보이기도 한다.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는 토드, 커트가 범죄세계에 발을 딛게 되면서 살인극의 공모자로 둔갑하는 과정, 그리고 이후 사건들이 발생하는 것은 스릴러영화의 흔하디 흔한 클리셰다. 지루한 감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토드라는 소년이 어른들의 잔혹 세계에 진입하는 과정 자체가 워낙 섬뜩하게 묘사되고 있어 이외의 지루함이 상쇄되는 것이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퍼블릭 액세스>와 <유주얼 서스펙트> 등의 영화로 미스터리스릴러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후 블록버스터 시리즈 <엑스맨>을 연출하고 있기도 하다.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은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만든 영화 중에서 소품에 해당하는 편이다. 그렇지만 심리와 역사, 그리고 도덕적 딜레마의 영역에서 고민할 거리를 던져주는 문제작임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이안 매켈런이 커트로 분하고 있으며 어느 출연작보다 빼어난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김의찬/ 영화평론가 garot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