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대사의 중요한 역사적 전환점이자 가장 드라마틱한 전쟁이었던 황산벌 전투는 우리나라에서 대규모 물량을 투입한 블록버스터 대하역사극이 제작된다면 가장 먼저 채택될 소재로 손꼽혀왔는데, 폭발적인 한국영화 붐을 타고 지난해에 공개된 이 영화는 적지 않은 제작비와 물량 투자에도 불구하고 뜻밖에도 코미디물로 만들어져 이채를 띠었다.

영화는 처절했던 황산벌 전투를 사실적으로 재현하기보다는 삼국을 둘러싼 국제정세와 양 진영의 내부 분위기들을 코믹하게 묘사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내세운 비장의 무기인 사투리가 기대 이상의 효과를 냄으로써 영화 전체가 유쾌하고 시원한 코믹역사극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전투장면보다 양 진영의 입담 공방전에 초점이 맞춰진 점이 특이하지만, 적은 인원과 물량으로 단순하게 촬영된 전투신도 의외로 무난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1.85:1 아나모픽 화면은 브릿지 바이 패스 현상 때문에 무채색 톤으로 탈색된 색조를 균일하게 높은 콘트라스트와 질감 표현력으로 만족스럽게 보여준다. 클로즈업을 비롯한 전반적인 해상도와 선명도가 고루 높은 수준이고, 색 농도도 짙다.

DTS보다 돌비디지털쪽이 전투장면에서 좀더 날카롭고 강력한 음향을 들려주며, 대사도 또렷하다. 효과음들은 후시 녹음한 티가 많이 나지만, 사운드디자인은 효과적이다.

작품 특성상 표준어와 사투리 두 가지 자막이 지원되는 점도 특징이다. 서플먼트 메뉴는 백제와 신라 진영으로 나눠져 있지만, 정작 내용은 별다른 차별성 없이 평범하다. 윤정아

윤정아

2003년 / 이준익 / 101분 / 1.85:1 아나모픽 / DTS & DD 5.1, 한국어 / 표준어, 사투리, 영어 자막 / 시네마서비스 / 비트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