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크기의 범선을 건조하여 바다에서 장기간 촬영해야 하는 대작 해양영화는 높은 제작비와 과도한 위험 부담 때문에 최근 들어선 거의 제작되지 않는 분위기였는데, 2003년엔 모처럼만에 본격적인 대작 해양영화인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와 <마스터 앤드 커맨더: 위대한 정복자>가 나란히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두 작품은 모든 면에서 대조를 이루었는데, 해양영화의 고전적인 전통을 충실히 계승한 <마스터 앤드 커맨더…>와 달리 <캐리비안의 해적…>은 디즈니랜드에 있는 테마파크의 설정을 토대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오락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다소 진부해 보이는 해적 이야기에 저주를 받아 달빛 아래에서는 해골이 된다는 판타지적인 요소를 결합시킨 점이 결정적으로 재미를 배가해주는 포인트인데, 해적들이 보물을 훔치는 통상적인 전개가 아니라 저주를 풀기 위해 훔친 보물을 되돌려놓는다는 설정도 독특하다. 얄미울 정도로 능청스러운 조니 뎁과 백면서생 같은 올란드 블룸이 둘 다 해적영화의 전형적인 마초 주인공들과는 대조적인 모습으로 그려진데 비해 여주인공이 오히려 고전적인 영웅 분위기를 내는 점도 다분히 현대적이다.
제리 브룩하이머 제작답게 카리브해 올 로케이션 촬영, 두척의 대형 범선과 바지선 위에 제작된 실제 크기의 범선 세트, 거대한 돔 구조물 안에 만들어진 실제 크기의 해적선 세트, 초대형 수조에 설치된 3척의 미니어처 범선까지 엄청난 물량이 투입된 덕분에 스케일 큰 장관을 내내 즐길 수 있다.
아나모픽 2.35:1 영상은 매우 밝고 투명하며 해상도도 극도로 높은 레퍼런스급의 화질을 과시한다. 색 농도와 채도가 높은 원색의 화려한 색채감은 시각적인 쾌감을 만끽시키며, 눈부시게 아름다운 해안 풍경과 근접촬영된 인물들의 얼굴 질감 표현은 HD 영상에 필적할 정도이다. DTS ES와 돌비디지털 EX에 THX까지 추가된 사운드는 대포 소리나 폭발음의 임팩트감은 다소 약한 편이지만, 방향감과 공간감은 매우 우수하며, 웅장한 배경음악이 특히 두드러진다. 3가지 오디오 코멘터리와 3개의 다큐멘터리, 제작 일지, 특수효과 해설, 19개의 삭제장면들, 3D 해적선 구경 등 서플먼트도 푸짐하다.김태진
Pirates of the Caribbean - Curse of the Black Pearl /
2003년 / 고어 버빈스키 / 143분 / 2.35:1 아나모픽 / DTS ES & DD EX 5.1 영어 / 한글, 영어, 중국어, 타이어 자막 / 브에나비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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