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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딘의 유작, <자이언트>

Giant 1956년

감독 조지 스티븐스

출연 제임스 딘

EBS 1월3일(토) 밤 10시

조지 스티븐스 감독의 대표작으로는 <셰인>(1953)과 <젊은이의 양지>(1951), 그리고 <자이언트>가 있다. 이 세편의 영화는 ‘아메리칸 드림에 관한’ 삼부작이라 불리기도 한다. 서로 다른 시간 배경을 다루고 있지만 삼부작은 미국 사회의 역사적 변화를 고찰하는 공통점이 있다. <셰인>은 서부 개척 시기가 끝나가는 미국, <젊은이의 양지>는 산업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는 시기, 그리고 <자이언트>는 1920년대 석유가 새로운 부의 상징으로 등장하는 당시를 배경으로 하는 것이다.

텍사스에 방대한 땅을 소유하고 있는 농장주 빅 베네딕트는 레슬리를 만나 호감을 느낀다. 둘은 곧 신혼의 보금자리를 마련한다. 빅의 목장에 도착한 레슬리는 일꾼인 제트 링크의 안내를 받으면서 목장생활에 적응한다. 한편, 우연하게 작은 땅을 상속받은 제트는 땅에서 석유가 나오자 순식간에 재벌이 된다. 늘 무시당하는 기분으로 살았던 제트는 빅에 대한 복수심을 키우고 한편으로는 레슬리에 대한 열정으로 괴로워한다.

영화 <자이언트>는 세 사람의 캐릭터가 중심에 놓인다. 표면상으로 영화는 빅과 제트라는 남성간의 대결을 강조하는 것 같지만 그것은, 이야기 전개를 위한 일종의 눈속임이다. 후반으로 갈수록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연기하는 레슬리, 즉 여성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 주목할 만하다. 빅과 가정을 이룬 그녀는 사사건건 남편과 의견이 대립하고 성대결의 양상을 띠기도 한다. 요컨대 ‘가정’의 울타리 내부에서 미국사회의 변화가 요약되는 것은 영화가 이후 할리우드 가족멜로드라마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음을 짐작게 한다. 영화의 숨어 있는 캐릭터는 텍사스라는 광활한 공간. 개발과 변화가 되풀이되는 이 공간에 관한 연구는 더글러스 서크 감독의 멜로드라마 <바람에 쓴 편지>(1956) 정도가 비교대상이 될 수 있다. <자이언트>는 배우 제임스 딘의 유작이다. 반항적이고 충동적인 젊음을, 그는 이 영화에서도 연기하고 있다. 특히나 중년에 접어든 퇴락한 제트, 술에 절어 세상을 비웃는 듯한 모습은 아련한 슬픔으로 영화팬들을 인도하고 있다. 김의찬/ 영화평론가 garot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