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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표면 위로 퍼져나가는 미세한 균열, <악마의 씨>
김용언 2003-12-31

DVD

공포영화에 대해 ‘멍청한 여자애가 죽어가며 소리를 빽빽 질러대고 피와 살점이 흥건히 방바닥을 적시는 영화’라는 편견을 갖고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로만 폴란스키의 <악마의 씨>부터 감상하시길. 여기에는 끔찍한 흉기나 범인과 희생자간의 숨막히는 야밤의 추격신 따위는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어떤 종류의 위협이나 불안도 스며들 것 같지 않던 신혼부부의 행복한 일상이 진행될 뿐이다. 그러다가 정말 불현듯, 그저 일상에 지나지 않던 사소한 경험들이 완전히 낯설게 보이기 시작한다. 신경과민인지 혹은 타당한 의혹인지 결정지을 수 없는 끈질긴 망설임을 틈타 행복의 표면 위로 미세한 균열이 퍼져나간다. <악마의 씨>가 공포영화로서 가장 뛰어나다고 꼽을 수 있는 점은 바로 그 부분에 있다. 관객조차 주인공 로즈마리처럼 일련의 사건들에 모종의 의미가 있는지 확신하지 못한 채로 내버려두며, 그 모호함을 서스펜스의 효과로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악마의 씨>는 어떤 의미에선 히치콕의 영화와 닮아 있다).

그리고 정말 조용하게, 기습적으로 공포가 들이닥친다. 단언하건대 <식스 센스>나 <디 아더스> 등은 모두 <악마의 씨>에 빚지고 있으며 그들 중 누구도 결코 이 영화의 엔딩신에 비할 만한 충격을 남기진 못했다.

5.1 채널로 무장해야만 DVD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고 믿는지? <악마의 씨>는 ‘단순한 스테레오 음향’조차도 숨통을 조여오는 듯 천천히 관람자의 주위를 감싸고 도는 공포효과를 충분히 자아낸다. 극도로 미니멀하면서 꼼꼼하게 설계된 색채 역시 만족스러운 화질로 보여지는 편이다. 김용언

Rosemary’s Baby/ 1968년/ 로만 폴란스키/ 1.85:1/ DD 1.0/ 파라마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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