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1년 유엔군에 체포되어 국내에서 장기 투옥생활을 한 비전향 양심수 김선명의 45년 세월을 103분 동안 담은 <선택>은 반자본주의영화가 아니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사상으로 중무장한 무거운 영화도 아니다. <선택>은 밖으로는 사상의 자유를, 안으로 소박한 인간 양심의 자유를 요구한다. 광복절 특사로 출옥하는 김선명을 바라보는 교도소장 오태식이 오히려 수감되는 것처럼 처리한 장면을 통하여 감독은 관객에게 인생을 되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 0.75평에 갇혀 산 평범한 사내의 인생이 잊혀진 양심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며 우리의 마음을 불편하게 뒤흔든다. 70살이 되어 출옥한 김선명이야말로 청년의 꿈을 늙어서까지 변함없이 지켜간 영원한 청년이다. 그러한 청년이 더이상 감옥에서 탄생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좀더 성숙한 선택을 할 수 있길 바란다.
DVD를 재생하면 최초로 떠오르는 유니버설의 로고에 타이틀을 잘못 집어넣었나 당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선택> DVD가 직배사인 유니버설에서 출시되는 최초의 로컬 타이틀이기 때문이다. 유니버설은 향후 지속적으로 국내 타이틀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오프닝 화면은 극장 상영시의 푸른색 톤과는 달리 흑백 톤으로 색보정이 되었다. 저예산으로 제작된 <선택>은 일반 상업영화 못지않은 화질을 보여준다. 굳이 문제점을 지적하라면 최신 영화답지 않게 작은 알갱이 모양의 노이즈가 과다하게 눈에 보인다는 점과 텔레시네 과정에서 고질적으로 나타나는 장면 전환시 잠시 화면이 위아래로 움직이는 현상 정도뿐이다. 소량의 국악기와 서양악기로 연주된 스코어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정갈하게 5.1채널을 이용하고 있어 만족도는 높으나 중반 이후 두번가량 사운드가 끊어지는 흠이 있다.
서플먼트로는 1회 세네프에서 상영된 33분 분량의 단편 <바람이 분다>, 메이킹 필름, 영화 관계자들의 인터뷰 영상 그리고 텍스트로 꼼꼼하게 짜여진 ‘영화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김선명 역을 맡은 김중기와 함께하는 코멘터리에서 감독은 좀더 많은 관객과 함께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전한다. ‘메이킹 필름’을 선택했는데 영화 본편이 상영되는 서플먼트 메뉴의 오류가 있다.
조성효
2003년 I 홍기선 I 103분 I 1.85:1 아나모픽 I DD5.1 한국어 I 영어 I 유니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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