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제작기간을 요구하는 장편애니메이션의 특성상 드림웍스가 출범하고도 한참 지난 뒤에야 비로소 선을 보인 <이집트의 왕자>와 <엘도라도>는 드림웍스만의 특성을 비교적 잘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뒤 <치킨 런>과 <슈렉>에서는 디즈니와는 확연하게 구별되는 드림웍스만의 스타일을 성공적으로 구축했지만, <스피릿>에서는 뜻밖에도 디즈니의 내용과 분위기를 그대로 답습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실망감을 주었다. <아라비안 나이트>에 나오는 신밧드의 7가지 모험담은 영화로는 여러 번 제작되었지만 뜻밖에도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는 만들어진 적이 없는데, CG의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점에서 애니메이션에 최적인 소재로 여겨졌다.
셀과의 이질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발달된 CG의 대량 사용과 속도감 빠른 액션 연출의 결합으로 드림웍스 특유의 스타일을 훌륭하게 부활시킨 <신밧드>는, 브래드 피트와 캐서린 제타 존스, 미셸 파이퍼라는 거물급 배우들의 참여와 화려한 영상미에도 불구하고 제작비의 절반도 건지지 못하는 이해하기 힘든 대참패를 거두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전세계적으로 흥행에 부진했던 이 작품이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큰 인기를 모아 올해 박스오피스 1위인 <니모를 찾아서>를 훨씬 능가하는 흥행성적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아나모픽 1.85:1 영상은 셀과 CG의 톤을 맞추기 위해 전체적으로 색 순도와 투명도를 약간씩 낮춘 까닭에 3D애니메이션들처럼 극도로 투명하고 명징하지는 않지만, 높은 채도와 짙은 색농도로 화려한 색채감을 잘 보여준다. 448kbps의 돌비디지털 5.1 채널 사운드는 재생 레벨이 약간 낮기는 하지만 정교하게 디자인된 효과음들이 풍부한 공간감과 입체감을 느끼게 해주는데, 특히 공간을 가득 채우는 웅장한 음악이 돋보인다. 역시 돌비디지털 5.1 채널로 수록된 우리말 더빙도 만족할 만하다.
흥행에 참패한 때문인지 서플먼트는 제작자의 오디오 코멘터리, 제작 다큐멘터리(10분), 인터랙티브 게임, 아트 갤러리 정도만이 본편과 함께 수록되어 있다.
김태진
2003년/ 감독 패트릭 길모어, 팀 존슨/ 86분/ 1.85:1 아나모픽/ DD 5.1 영어, 한국어/ 자막 한글, 영어/ 드림웍스
▶▶▶ [구매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