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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중의 남자, <모감보>
2003-12-18

모감보 Mogambo 1953년

감독 존 포드 출연 클라크 게이블

<TCM&클래식무비> 12월16일(화) 오후 3시30분

고전 할리우드영화에는 불문율 같은 것이 있다. 지적인 남성 캐릭터를 극히 유약한 존재로 그리는 것이다. 반대로, 육체노동에 종사하거나 형사 등은 과장될 정도로 터프하게 묘사하곤 한다(돌아보면 1980년대 이후 이 불문율을 훼손한 것이 스필버그의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였다. 너무 만화 같긴 했지만). <모감보> 역시 같은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영화는 빅터라는 사냥꾼이 주인공이다. 야생 동물을 다루는 빅터, 즉 클라크 게이블은 같은 남성들이 봐도 “진짜 멋진 사람”이라는 감탄사를 내뱉게 한다. 반면, 그에게 부인을 빼앗긴 어느 과학자는 주사 한대만 맞아도 후유증으로 끙끙 앓는다. <모감보>는 서부극의 장르의 신화를 구축한 존 포드 감독의 1953년작이다.

존 포드 감독은 <모감보>에서 공간이동을 했다. 아프리카 초원으로 달려간 것이다. 빅터는 사냥 전문회사를 운영한다. 초원의 동물을 사냥하고 때로는 팔아넘기는 것이 그의 일이다. 엘로이는 그곳에서 잠시 머문다. 여기에 노들리 부부가 나타나고 남편 몰래 노들리 부인은 빅터에게 호감을 느낀다. 서로에 관한 감정을 숨긴 채 이야기는 진행된다. <모감보>는 1932년작인 원작을 리메이크한 것으로 호화 캐스팅이 눈에 들어온다. 에바 가드너, 그레이스 켈리, 그리고 클라크 게이블이 공연하고 있는 것. 당시로선 ‘드림팀’이라고 할 만하다. 배우 중에선 클라크 게이블의 내면연기가 돋보인다.

노들리 부인과 엘로이라는, 상반되는 여성들과 삼각관계에 빠진 그는 행복하게 고뇌의 늪으로 향한다. <모감보>에서 사랑은 게임 같은 것이다. 한 남자와 두 여자는 서로에게 연정을 품고 있으면서 질투하고, 때로 상대를 위해 희생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경쟁보다 은근한 심리 게임을 즐기는 커플의 이야기는 셰익스피어 고전극에서 볼 수 있었던 귀족적 세태를 연상케 한다. <황야의 결투>(1946)와 <수색자>(1956) 사이에 만들어진 이 영화는 존 포드 감독의 영화 중에서 약간의 상업성을 의식한 작품이며 그래서 매끈한 해피엔딩이 기다리고 있다. 광활한 아프리카 초원의 모습을 원없이 볼 수 있다. 김의찬/ 영화평론가 garot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