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는 원작의 장대한 서사와 깊고 다양한 인물 묘사로 인해 쉽게 영화로 만들기 힘든 대상이다. 1956년에 킹 비더가 연출한 <전쟁과 평화>도 그 한계를 넘어서진 못했다. 오드리 헵번, 헨리 폰다, 멜 화라 같은 스타들과 막대한 제작 지원이 있었으나, 내용은 그야말로 겉핥기식의 전개를 보여주고 말았다. 반면 당시 러시아의 분위기를 영화적으로 재현한 부분은 가히 수준급이다.
전설적인 촬영감독 잭 카디프는 비스타비전 화면 위에 화려한 테크니컬러의 향연을 펼쳐놓았다. 특히 영화의 중후반, 니노 로타의 음악과 함께 전개되는 웅장한 전투장면의 살아 있는 느낌은 디지털 시대에는 체험하기 힘든 것이다.
<전쟁과 평화> DVD의 영상은 이런 영화의 장점을 잘 살린 편이다. 테크니컬러로 찍은 옛 영화의 DVD는 자칫 뭉개진 색감을 보여주기 쉬운데, 이 점이 잘 극복되었다. 2.0 채널 모노 사운드 또한 웅장한 맛까지는 힘들어도 잡음없이 깔끔한 소리를 들려준다. 두개의 예고편 외에 별다른 부가영상이 없는 건, 200분이 넘는 상영시간과 DVD의 저장 용량을 감안하면 이해되는 부분이다. 영화로 만들어진 <전쟁과 평화> 중에서 가장 유명한 킹 비더의 1956년작과 세르게이 본다르추크의 1967년작은 그동안 국내에서 보기 힘들었다. 그런데 두 작품의 DVD가 2003년에 둘 다 출시됐다는 점도 이채롭다.이용철
War and Peace | 1956년/킹 비더/208분/1.85:1 아나모픽/DD 2.0 영어/한국어, 영어/ 파라마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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