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부인>
1956년 흑백 125분
감독 한형모
출연 박암, 김정림, 양미희, 이민, 김동원
<EBS> 12월14일(일) 밤 11시
“당신이 장태연 교수라면 과실을 범한 아내에 대해서 어떠한 결정을 지으시겠습니까?”
한형모 감독의 <자유부인>은 1950년대 최고의 흥행작으로 해방 뒤 한국영화의 대중적인 중흥을 가져오는 출발점이 된 영화로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이 기록 외에도 <자유부인>은 한국영화 최초로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킨 논쟁작이었다는 기록도 가지고 있다. 대학교수의 부인이 춤바람나서 가정을 망친다는 내용은 당시 정비석의 원작소설이 나오면서부터 세간의 논쟁거리가 되었다.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용납할 수 없는 죄악이며, 중공군 50만명과 맞먹는 국가의 적”이라는 혹독한 평을 한 교수가 있는가 하면 “북괴의 사주로 남한의 부패상을 낱낱이 파헤치는 이적소설”이라며 비난한 사람도 있었다고 하니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사실 이 작품은 당시 사회의 계급차이나 빈부격차로 인한 구조적 모순의 일단을 춤바람이란 모티브를 통해 풍자한 것이었다.
몇편 남아 있지 않은 50년대 영화 중 하나인 <자유부인>은 무도장의 모습이나 말씨, 양품점을 비롯한 당시 서울 거리의 모습 등 지금 세대들에겐 낯선, 어쩌면 이국적이기까지 한 장면들을 다른 어떤 작품들보다도 많이 만날 수 있다. 또한 ‘귀재’(!) 한형모 감독의 유려한 카메라워크 역시 중요한 감상포인트다. 여주인공인 김정림의 데뷔작이기도 한 <자유부인>은 아마도 60대 이상의 이른바 왕년의 한국영화 관객에겐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내 인생의 영화’일 것이다.
이승훈/ EBS PD agonglee@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