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 Sceicco Bianco 1952년
감독 페데리코 펠리니
출연 알베르토 소르디
<EBS> 12월14일(일) 낮 2시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의 <백인 추장>
“내가 본 것은 또 다른 세계, 빛이 감도는 환영이었고 별들이 모인 은하계였으며 불꽃과 아름다운 색깔의 유리였다.” 젊은 시절 페데리코 펠리니는 극단을 따라 이탈리아를 떠돌아다닌 적이 있다. 펠리니가 대표작 <길>(1954) 등에서 서커스단과 떠돌이 인생의 삶을 다룬 것은 그러므로, 우연이 아니다.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은 1950년대에 로베르토 로셀리니 등과 일하면서 영화에 입문했다. 그는 영화사적 흐름인 네오리얼리즘의 자식으로서 영화인생을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자유분방함을 즐겼던 펠리니는 특정 사조에 얽매이는 것을 꺼려했으며 초기작 <백인 추장>에서도 이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백인 추장>은 어느 부부의 여행담이다. 막 결혼한 이반과 완다는 신혼여행을 떠나고 이반은 꼼꼼하게 여행 준비를 한다. 그런데 완다는 로마에 도착하자 ‘백인 추장’이라는 인물을 찾기 위해 무작정 길을 떠난다. 어느 사진집에 등장하는 그에게 팬레터를 쓸 정도로 아내는 그에게 푹 빠져 있다. 꼭 얼굴을 보고 싶다. 직접 백인 추장을 현실에서 만난 완다는 추장의 비루한 삶에서 곧 실망감을 느끼게 된다. 한편, 이반은 아내를 찾아 백방으로 돌아다닌다. “영화감독은 마술사이며 광대, 그리고 설교자이다.” 자신의 말을 입증하듯 펠리니는 코미디에 관한 독특한 감각을 과시한다. 가벼운 상황극이지만 영화엔 당시 이탈리아 사회의 가부장적 분위기, 여성의 불안정한 심리, 그리고 일상적 꿈의 덧없음 등의 메시지가 각인되어 있다. 모든 방황을 끝내고 현실과 타협하는 여주인공의 모습은 이 영화가 네오리얼리즘의 영역에서 다양한 실험을 추구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영화엔 펠리니의 스타일이 담겨 있다. 어느 광대는 불을 사용해 깜찍한 묘기를 선보이고 백인 추장이 등장하는 대목은 꽤 몽환적으로 촬영했다. 페데리코 펠리니 감독, 하면 그의 부인이자 <길>의 배우 줄리에타 마시나가 떠오른다. <백인 추장>에서도 줄리에타 마시나는 조연으로 출연했다. 과연 펠리니 감독의 영혼의 동반자임을 다시금 일깨운다.
김의찬/ 영화평론가 garot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