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는 브로드웨이에서 대성공을 거둔 뮤지컬의 시청각적인 화려함에 주연과 조연배우들의 일치된 열연이 멋지게 결합됨으로써 보수적인 아카데미 위원들로부터 경원당했던 <갱스 오브 뉴욕>을 제치고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했지만, 그 작품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평가가 분분하다.
이 작품의 성공에는 한물간 장르로 여겨졌던 뮤지컬을 화려하게 부활시킨 <물랑루즈>의 영향이 절대적이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히트 팝송들을 교묘하게 짜깁기한 <물랑루즈>가 혼성 모방의 걸작이라는 찬사를 받은 데 비해, 오리지널리티가 확실한 <시카코>는 뮤지컬영화에서 일반화된 2.35:1 대신 1.85:1 화면비율을 채택함으로써 시야를 협소화시켰고, 거기에다가 실존적인 사건과 화려한 오락을 철저하게 분리시켜 보여줌으로써 관객에게 소격효과가 아닌 단절감을 안겨준 피동적인 연출 의도로 인해 오히려 의혹어린 시선을 받고 있다.
1.85:1 아나모픽 영상은 초반부는 담배연기가 자욱한 클럽과 사건을 회고하는 내용 때문에 필터를 장착한 불투명한 톤 위주로 비쳐진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재판이 시작되는 중반부에 접어들면서부터는 선명하고 깨끗한 색상에 해상도와 투명도가 높은 매우 우수한 화질을 보여준다. 복고적인 시대배경 탓에 일상적인 장면들은 부드럽고 아련한 톤으로 통일되어 있지만, 화려한 뮤지컬 시퀀스들에서는 눈부시도록 현란하고 강렬한 색채감이 유감없이 과시된다.
754kbps의 DTS 5.1 채널은 대사의 질감이 또렷하게 전달되고, 효과음의 공간감이나 방향감도 우수하여 전체적으로 무척 빼어난 음향을 들려준다. 특히 중심이 되는 뮤지컬 장면들에서는 마치 소극장의 앞자리에 앉아 직접 공연을 보는 것처럼 재즈 밴드가 연주하는 무대의 공간감이 분명하게 형성된 속에 각 악기들의 음색이 밀도높게 도드라져 떠오르고 노래도 명료하게 부각되어 사운드적인 쾌감을 만끽게 한다.
패키지에 인색한 미라맥스 타이틀답게 서플먼트는 피처 코멘터리, 제작 다큐멘터리, 삭제된 뮤지컬 시퀀스 정도만 수록되어 있다.김태진
Chicago | 2002년 | 롭 마셜 | 113분 | 1.85:1 아나모픽 DTS 5.1, DD 5.1, 영어 | 한글, 영어, 스페인어 | 엔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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