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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

가끔 교회에 나간다. 육신의 때를 목욕탕에서 벗겨내듯이 마음의 때는 교회에서 벗겨내는 거다. 목욕탕보다 요금이 비싼 감이 있으나, 말씀으로 영혼의 때를 벗겨내는 일이 어찌 물로 육신의 때를 씻는 일과 같을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가능하면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교회에 나가는 게 좋다. 그래야 한 주일 동안 지은 죄를 주님 앞에서 깨끗이 씻어내고, 한결 개운해진 마음으로 다음 일주일 동안 또다시 랄랄라 즐겁게 죄를 지을 수 있지 않은가?

목사님이 설교하실 때는 그냥 아무 생각없이 듣는다. 들어도, 들어도 좋은 말씀이다. 그게 다 주님의 말씀, 성경 말씀 아닌가. 말이 66권이지, 그 분량으로 보면 달랑 책 한권이다. 소 뼈다귀를 달여먹듯이 자그마치 2천년 동안 수많은 나라의 수없는 사제와 목사님들이 이 한권의 책을 주일마다 달이고 또 달여 먹었다. 그래도 다함이 없어서 아직까지도 이 책을 우리면 변함없이 우윳빛 생명의 말씀이 자옥하게 우러나온다. 대단한 책이다.

얼마 전 아산 온천에 갔더니 탕물에 쑥, 인삼, 레몬, 포도 등 온갖 약재를 풀어놓더라. 영혼의 목욕탕이라고 다르겠는가? 성경으로 우려낸 향기로운 말씀의 물속에 지그시 혼을 담그면, 주의 은총이 피부에서 뼛속까지 스며들어 존재 전체가 성스럽게 정화되는 느낌이다. 물론 교회 문을 나서면 영적 온천욕의 효과가 가시기 시작해,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 앉을 때쯤이면 벌써 말짱 도루묵이 되지만, 그래도 그게 어딘가? 최소한 한 시간 정도는 성스럽지 않았던가.

가끔은 주의 종이 딴소리를 하실 때도 있다. 주님의 목소리를 전하는 인간 스피커도 때로 삑사리를 낸다. 이해해야 한다. 그럴 때는 짜증내지 말고 조용히 앞에 놓인 성경책을 펼쳐서 창세기부터 읽어나가라. 그렇게 한 1년쯤 꼬박꼬박 교회를 다니면 창세기부터 계시록까지 성경 책 한권을 통독할 수 있다. 그게 어딘가? 이 분주하고 번거로운 세상에 언제 따로 성경책을 읽을 틈이 나겠는가? 그게 다 영혼의 피가 되고, 교양의 살이 되는 거다.

그런데 삑사리가 너무 심한 경우도 있다. 이때 우리가 듣는 것은 주님의 말씀이 아니라 목사의 헛소리. 목욕탕에 비유하자면 주인 아저씨가 탕 속에 성스런 약초 대신 기껏 제 몸의 세속적 땟국물을 풀어놓는 격이다. 그의 피부를 덮고 있던 개기름이 수면을 운행하고, 그의 몸을 이루던 검은 송편들이 돛단배처럼 둥실 떠다니면, 향긋해야 할 영혼의 탕물은 퀴퀴한 악취를 내고, 이때 세속의 때를 벗기려 온 욕객은 입욕료 환불받을 가능성을 고민하게 된다.

내가 들은 삑사리 중에서 가장 엽기적인 것. 우연히 어느 큰 교회에 갔더니, 목사님 왈, “노아의 세 아들, 셈, 함, 야벳 중에서 셈과 야벳은 아비의 허물을 덮어주었기에 오늘날 백인종과 황인종이 되었고, 야벳은 저주를 받아 흑인종이 되어, 다른 인종을 섬기는 신세가 되었다.” 나치 인종주의자나 미국의 KKK단원들의 입에서나 나올 법한 땟국물이 버젓이 영혼의 목욕탕에 흘러다닌다. 이러면 누구라도 얼른 탕에서 뛰쳐나오고 싶지 않겠는가?

땟국물 풀어놓는 것보다 더 엽기적인 신공도 있다. 내가 다니던 학교는 소문난 깡패 학교라, 노는 아이들이 노는 방식에도 남다른 구석이 있었다. 어느 날 이녀석들이 집단으로 조퇴를 해 근처 목욕탕에 갔단다. 이 악당들이 조용히 나올 리 없다. 듣자 하니 목욕을 마친 기념으로 녀석들 중 하나가 탕 속에 커다란 변을 보고 나왔다는 거다.

이 악당들처럼 가공할 생화학 무기로 성스런 탕물을 졸지에 똥물로 바꿔버린 목사님이 계신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쪽 총회장인 임태득 목사님(대구 대명교회 당회장)이 그분이다. 이분이 어느 학교 채플의 설교시간에 “여성이 목사 안수를 받는다는 것은 턱도 없다”며 버젓이 성차별주의적 땟국물을 풀어놓다가, 급기야는 ‘뿌지직’ 그만 탕 속에 실례를 했단다. “여자들이 기저귀 차고 강단에 올라가? 안 돼!”

햐, 하나님은 대체 뭐하시는지 모르겠다. 쌔고 쌘 게 천둥벼락인데, 그중 하나 아껴두었다가, 이런 싸가지 없는 말을 하는 종이 있으면, 아나니아와 삽비라를 치듯이 실시간으로 바로바로 쌔려버리시지. 하여튼 그 나이 먹도록 똥오줌 못 가리고 성스런 탕 속에서 변을 보는 덜떨어진 목사님들은 강단에 오르기 전에 그 입에 기저귀를 채워야 한다. “기저귀도 안 차고 강단에 올라? 안 돼!” 진중권/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