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TV 12월5일(금) 밤 12시55분
<알루미늄> 김진곤, 16mm, 2002년,
<첫키스> 김명화, 16mm, 2002년
알루미늄의 기계적이고 차가운 느낌. 그 차가움을 따뜻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인간의 체온이다. 아니면 체온보다 높은 순간의 열정이다. 김진곤 감독의 <알루미늄>은 삭막한 마지막 지하철에 남은 두 남녀의 신체접촉 직전을 보여준다. 서로의 입술이 닿기 직전이었다는 사실을 여자는 알고, 남자는 모른다.
남자의 입술을 받아들일 태세였던 여자는 설렘과 함께 발그레 달아올랐을 것이다. 반면 얼떨결에 가방을 두고 내린 남자는 지하철의 비정함을 다시 절감했을 것이다. 무료한 일상만큼 단조로운 지하철 안을 남녀의 예기치 않은 행동으로 긴장과 온기로 달아오르게 만드는 작품이다.
누구나 첫키스의 기억이 있을 것이다(아니면 말고). 그런데 그 기억이 반드시 옳다고 장담할 수 없을 때가 있다. 첫키스가 기대만큼 시덥지 않았거나, 그것을 떠올리고 살아갈 만큼 현실이 여유롭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첫키스는 첫사랑과의 짧은 입맞춤일 수도 있고, 술김에 누군지 모르는 사람과 얼떨결에 해버릴 수도 있다.
아니면 어린 시절의 추억일 수도 있다. 김명화 감독의 <첫키스>는 스캔들 속에 살아가는 인기배우 신지아가 아련한 첫키스의 기억을 다시금 떠올리며, 자신을 찾고 용기를 얻는 모습을 보여준다. HD 프로젝트 <아미그달라> 중 한편이다. 조영각/ <독립영화> 편집위원 phille@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