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anist , 2002년 감독 로만 폴란스키 출연 에이드리언 브로디 MBC 11월29일(토) 밤 11시10분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만든 휴먼드라마. 에이드리언 브로디를 세계적 스타로 만들어준 행운작이다. 유대계 피아니스트 스필만은 한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쇼팽의 곡을 연주한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의 불길이 한창 타올랐던 당시, 스필만이 연주하던 라디오 방송국은 폭격당한다. 유대인 강제 거주지역에서 생활하던 스필만과 가족들은 이후 죽음으로 가는 기차에 몸을 싣게 된다. 스필만은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지고 이후 숨어서 은둔생활을 하게 된다.
폴란스키가 <피아니스트>에서 스필만의 고립적 상황을 묘사할 때 우리는 언뜻 그의 초기 걸작들, 이를테면 <악마의 씨>(1968) 그리고 무엇보다 <혐오>(1965)의 그림자를 발견하게 된다. 그렇지만 뭐니뭐니해도 그의 진가가 발휘되는 것은 유대인들에 대한 나치의 폭력을 묘사하는 부분에서다.
거기서 우리는 거리두기와 동일시 사이에서 다소 갈팡질팡하던 그의 시선이 극도의 냉담성을 발휘하는 순간을 발견한다. 이때 폭력은 단지 보여지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차라리 관객에 대한 시각적 폭력의 행사라고 봐야 한다. 폴란스키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다면 그러한 폭력은 외설”일 뿐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주장에 공감하건 그렇지 않건 간에 나치 장교의 서슬 퍼런 지시에도 불구하고 불필요한 질문을 던지다 순식간에 머리에 총탄이 박히고 마는 한 유대인의 모습을 바라보다보면 폴란스키의 말이 그저 허언(虛言)만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 - 씨네21 383호 리뷰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