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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적인 라틴 짬뽕,<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멕시코> O.S.T

라틴계 미국인의 대표감독격인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신작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멕시코>는 그 특유의 코믹하고 황당무계한 상상력이 할리우드 메이저급의 규모와 만나 이루어진 작품이다. 7천달러를 주변에서 겨우겨우 구해 만들었다는 <엘 마리아치>가 1990년대적 저예산 신화의 핵심 영화인 데 비해 그 이후의 영화는 비교적 할리우드 시스템에 순응하는 영화들이었다. 그러는 가운데에서도 그는 감독, 촬영, 편집을 혼자 도맡는 일인 다중 플레이의 방식을 고수해왔다. 이번에는, 점입가경으로, 오리지널 음악 스코어까지 그 자신이 맡았다. 참 욕심도 많고 재주도 많은 감독이다.

그의 이번 영화는 역시 마카로니 웨스턴의 거장 세르지오 레오네를 위시한 액션의 황제들이 구축해놓은 대표 시퀀스들을 극단으로 몰고가 그것들에 클리셰, 즉 상투형의 지위를 부여함으로써 그로부터 웃음과 뜻을 끌어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래서 황당무계한 코믹액션이면서도 영화 자체가 영화적인 음미의 현장인 특이한 로드리게즈적 상황이 전개되는데, 사실상 할리우드의 상업적 시스템 안에서 그러한 독립영화적 발상은 많이 퇴색한 면이 없지 않다. <엘 마리아치>나 <황혼에서 새벽까지>의 신선함이 이번 영화에서 그리 많이 발견되지 않는 이유 역시 거기서부터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로드리게즈가 자기의 아이덴티티를 찾은 대목은, 황량한 멕시코 국경에서의 액션, 그리고 미국식 ‘스타일 칵테일’ 그렇게 두곳이다. 이번 영화에서 그가 지은 오리지널 스코어들 역시 그런 그의 스타일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우선적으로 그의 음악들은 레오네의 영화 속에서 빛을 발했던 엔니오 모리코네의 화약냄새 나는 음악들을 전거로 삼고 있다. 물론 그 음악들에 로드리게즈 특유의 멕시칸적 요소들이 덧붙여진다. 그렇다 해도 그 역시 일종의 클리셰, 즉 상투형들의 반복이 된다. 음식으로 이야기하자면 엔니오 모리코네풍의 냉혈한 느낌의 멜로디에 칠리 소스를 비롯, 각종 멕시코식 소스들을 친 다음 마지막으로 그것을 오븐에 구울 때 할리우드식 웅장함을 자랑하는 오케스트레이션을 덮어씌워 만든 웃기는 짬뽕 음악이 그의 음악이다. 솔직하게 말해 이게 무슨 맛인지는 잘 모르겠다. 멕시코식인지, 할리우드식인지, 그것도 분명치 않다. 그러나 분명히 독특한 뭔가는 있다. 맛이 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섞인, 싸구려인 것이 분명한 스튜 종류라고나 할까.

솔직히 음악적으로 대단한 것들은 아니다. 멕시코 영웅 감독이 치기어린 자만심에 빠져(속칭 ‘자뻑’) 함부로 대가인 양 놀린 붓놀림을 보는 듯도 하다. 그러나 이 뒤섞임이 어떤 자기 확신 속에서 나온 것만은 분명하다. 남들이 뭐라 해도 자기 길을 가는 영화 속의 안토니오 반데라스처럼, 감독의 음악 역시 자기 길을 간다. 그는 반데라스로 하여금 기타가 바로 총이 되게 한다. 라틴 계통 사람들이 치는 기타는 지미 헨드릭스의 그것처럼 거대한 기관총/남근으로 기능하지는 않지만, 그 못지 않게 치열하게 피크를 퉁기는 매운 권총처럼 느껴진다.

한마디로 매운 구석이 있어서 나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O.S.T에는 그의 오리지널 스코어말고 브라이언 세처가 친 이색적인 <말라게냐>를 비롯, 이색적인 라틴 짬뽕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플라멩코의 기타의 신들이 모인 듯, 거의 모든 트랙에서 기타는 매운 화약냄새를 풍기며 불을 뿜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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