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원 형님의 신작
두근두근두근… 난 뻔뻔스럽게도 아무도 기억 못하는 내 생일을 사람들한테 공공연하게 떠벌리며 나에게 줄 선물을 하나씩 떠맡기고 다닌다. 주로 알라딘의 도서상품권 또는 잡지의 정기 구독권 같은 것을 많이 떠맡기는데 올해는 영화 티켓도 하나 추가되었다. 바로 10월 말에 있는 인디다큐멘터리페스티발의 폐막작 김동원 감독님의 신작 <송환>을 볼 수 있는 티켓이 바로 그것이다. 아… 그 영화를 생각하면 버스를 타고 가다가도 혼자 배시시 웃는다. 날도 추워지고 마음도 쓸쓸해지는데 이 김동원 감독님의 영화로 구멍 뚫린 우리의 마음을 메울 수만 있다면 이런 큰 선물이 어디 있으랴…. 김동원 감독님의 <상계동 올림픽>을 처음 봤을 때의 그 뜨거운 마음을 되찾을 수만 있다면 이 가을 그 무엇과 바꾸겠는가… .
감독님은 우연히 신부님의 부탁으로 하루 동안 상계동에 들어가 비디오를 찍다가 오디오 부분이 잘못된 것을 알고 그 다음날 다시 상계동에 들어갔다고 한다. 그런데 마침 그날 강제철거가 진행됐고 감독님은 그날부터 3년간 상계동 철거민과 동고동락을 하며 바로 전설의 <상계동 올림픽>을 찍었다. 학생 시절 학생회관에서 이 다큐를 보며 어쩜 거칠고, 직접적이며, 세련되게 걸러지지 않은, 투박하기까지 한 그러나 인간 김동원의 진심이 보이던 그 다큐에 우린 주먹을 쥐기도 했고 눈물을 훔치기도 했으며 이후 아무 망설임 없이 명동이며 거리를 거침없이 달려나가곤 했었다. 이 모든 우리의 정서적 지표였던 영화의 감독님을 만난 것은 영화판에 들어와서이다. 어느 영화제 뒤풀이에서였을까? 그는 둥근 얼굴 만면에 쑥스런 웃음을 머금은 채 조금은 나오신 배 앞에 기타를 멘 시늉을 하며 롤링 스톤스의 예의 믹 재거가 혀를 날름거리며 부르던 <새티스펙션>을 부르는 것이 아닌가….
그날 난 눈물이 날 정도로 웃었다. 그의 그 쑥스런 웃음도, 둥그런 얼굴도, 기타를 치는 그 제스처도 멋있었다.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부르는 믹 재거도 그 모습을 보면 줄행랑을 쳤으리라…. 난 김동원 감독님의 망설임을 좋아한다. 자신의 상황과 대상에 대해 점차적으로 변화되면서 그 과정을 진심을 가지고 카메라에 담아낸다. 섣부르게 결론을 가지고 만들려고 하지 않는다. 다큐멘터리라는 정말 고달픈 노정을 걸으면서 그의 궤적엔 강한 의지보다는 망설임이 항상 엿보인다. 그런데 그 망설임 속에서 강한 의지가 보이는 것은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다. 이것이 김동원 형님의 힘이다. 한 인터뷰에서도 이런 얘기를 한 적 있다. 상계동에 갈 때도 처음 지하철역에 내렸을 때 무서웠다고….
<송환>도 예전에 나왔던 <씨네21> 인터뷰를 읽어보면 장기수 선생님들을 맨 처음 만나러갈 땐 무서웠다고 표현했다. 그런 그가 3년간 동고동락해서 만든 것이 <상계동 올림픽>이였으며 10년간 비전향 장기수 선생님들과 함께 찍은 것이 <송환>인 것이다. 도시빈민과의 계급적 거리감에서 수없이 망설이며 찍은 기간이 3년, 분단 이데올로기 속에서 더 수없이 망설이며 찍은 기간이 10년… . 다큐를 생각한 현실이 아니라 현실이 다큐가 된 것이다. 마치 켄 로치 감독이 형식을 생각하면 진실이 날아가버린다며 어렵지 않고 쉬운 이야기로 영화를 찍는 것처럼 말이다. 시간이 우리의 벽을 딱 보여주며 작품에서 그대로 나타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아마도 비전향 장기수 선생님들의 이야기와 함께 어쩌면 인간 김동원의 10년간의 궤적이 그 수많은 망설임과 함께 언뜻 비칠 것이 아닐까 하면서.
그리고 그의 진심이 보일 것 같은 생각에 벌써부터 난 가슴이 두근거려진다.
이런 작품 웬만해선 만나기 힘든 세상 아닌가. 1주일이면 뚝딱 만드는 VJ저널들이 널려진 세상에서 우린 망설임이 보이는 시간을 만나는 것이다. 진심을 보여준다라…. 화두로세…. 진심은 마이너리티가 아니다. 세상의 영원한 주류이기 때문이다.
사족: 10월의 또 다른 이벤트였던 켄 로치 할배의 방한이 취소되었다. 그는 알고 있었나? 내가 스티븐 시걸로 변장해서 그의 강연을 들으리라는 것을… 쳇… 재규어! 인디다큐페스티발이나 꼭 보러가자구Yo!!김정영/ 영화제작소 청년 회원·프로듀서 sicksadworld@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