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그리고 딸
강지이 감독의 <미친 김치>(16mm/ 2003년)는 아버지와 딸의 관계를 섬세하게 묘사한다. 아버지는 가출한 엄마를 찾아다니지만, 정작 그는 엄마가 죽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자기를 버리고 나간 여자가 멀쩡히 돌아오기보다는 차라리 죽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는 홀로 남은 딸조차 거칠게 대하지만 딸 지아는 오히려 아버지를 감싸안는다. 그가 거칠수록 더 나약한 존재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아의 상처는 깊지만, 그녀는 강하다. 미치지 않고 제대로 맛이 든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그래야만 한다.
이지선 감독의 <아버지의 노래를 들었네>(35mm/ 2002년)에서는 할머니와 아이가 아버지를 찾아나선다. 아이는 아버지를 모르지만 그의 존재를 그리워한다. 할머니는 어느 바에서 아들을 만나지만, 그는 회피한다. 다만 잠든 아이를 애처롭게 바라볼 뿐이다. 영화시점은 이미 어른이 된 뒤의 회상이다. 때문에 아이는 이미 아버지를 이해하고 있고, 그때 아버지의 노래를 들은 것으로 행복하다.
이 두 작품은 여성의 시각으로 가족의 균열을 보여준다. 공통점은 어머니의 부재이다. <미친 김치>에서는 가출을 했고, <아버지의 노래를 들었네>에서는 아예 드러나지 않는다. 한명의 여성을 지우고, 더 강인한 여성을 등장시키거나 남성을 여성으로 대체함으로써 여성성을 강화하거나 남성성을 배제하는 방법을 채택하고 있다. 매우 섬세하게 자신의 감수성을 드러내는 작품들이다. 조영각/ <독립영화> 편집위원 phille@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