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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은 여전히 아날로그를 필요로 한다,<매트릭스2 리로디드>

“업그레이드됐군.” 100명으로 복제된 스미스 요원 앞에서 네오가 태연하게 중얼거린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던가. 하지만 자신의 모체이자 쌍둥이, 넘어서야만 하는 숙명적인 적수로서의 <매트릭스>에 대항할 수 있는 이미지를 어떻게 끌어낼 것인가? 2003년 늦봄 와이드 릴리스된 <매트릭스2 리로디드>는, 존재론적인 의문으로 가득했던 발화점 <매트릭스>와 ‘죽음’을 이야기하는 묵시록적인 엔딩 <매트릭스3 레볼루션>의 가교 역할을 위해 기꺼이 엔터테이너로서의 역할을 선택하였다. 무엇보다 조엘 실버가 자랑스럽게 밝히듯이, <매트릭스> 시리즈는 단지 스크린 속에만 머무르지 않고 애니메이션 <애니매트릭스>와 게임 <엔터 더 매트릭스>로(<매트릭스3 레볼루션>은 심지어 아이맥스용 포맷으로까지 제작된다고 한다) ‘동시에 여러 매체를 이용하는 최초의 영화’가 되었다.

“인생에서 찾아올 수 있는 최고의 기회를 얻었는데 어떻게 흥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키아누 리브스가 되묻는다. 그러고보니 <매트릭스2 리로디드>의 서플먼트에 등장하는 키아누 리브스는, 딱딱하고 건조한 그의 기존 이미지와는 딴판으로 자주 미소짓고, 자주 들뜬 기색을 감추지 않는다. 프리프로덕션 단계 1년, 촬영 1년, 후반작업 1년이라는 가공할 만한 시간을 투자하여 완성한(프로덕션디자이너는 혀를 내두르며 “정말이지 군사작업이 따로 없었다니까요”라고 고백한다) <매트릭스2 리로디드>가 대체 엄숙한 수도승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이 배우에게, 그리고 이하 모든 스탭들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속편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어떤 조건도 달지 않고 출연을 승낙했다. 단지 호기심뿐이었다. 이 두 사람이 이번에는 어떤 작품을 만들까?”(키아누 리브스) “우리가 한 일로 이제 한계란 없어졌다.”(로렌스 피시번) 한 가지 임무에 두 가지 버전을 해낼 수 있겠냐고 물어보고, 실제 촬영에 들어가면 적어도 일곱 가지 버전을 요구했다는 무시무시한 워쇼스키 형제에 대한 그들의 맹목적인 신뢰는 <매트릭스> 시리즈에 일희일비하는 일반 관객의 그것과 달라 보이지 않는다.

염두에 둘 것 하나. 엄청난 기대치와 명성에 비했을 때 어쩌면 <매트릭스2 리로디드>의 서플먼트는 너무 심심하다는 불평이 터져나올 법도 하다. 분명 얼마 지나지 않아 ‘업그레이드’라는 이름을 달고 또 다른 버전이 출시될 테지만, 일단 성미 급한 팬들의 원초적인 호기심은 무난히 해결해준다는 점으로 만족해야 할 듯. 그런데 점점 이상한 기분이 든다. 무려 한 챕터를 할애한 ‘고속도로 추적’ 장면을 비롯하여 각각의 세트들이 지어지는 장면을 고속촬영으로 보여주는 제작 다큐멘터리는 역설적으로 이 상상을 초월하게 정교한 디지털영화가 결국은 ‘아날로그 방식으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음을 깨닫게 하기 때문이다. 2km가 넘는 고속도로 세트를 하나하나 짓는 수많은 인부들의 손놀림과 상상력만으로 장면들 하나하나를 완성해가는 스토리보드 작가의 뒷모습, 혹은 꼬박 8개월 동안 무술훈련을 받으며 자신의 신체를 다듬어가는 배우들의 진지한 훈련장면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어쩔 수 없이 황홀경에 빠지게 된다. 그건 단순히 영화라는 인공적인 세계에 대한 매혹이자 ‘창조할 수 있는’ 인간에 대한 약간 과장된 매혹일 게다. “신체의 능력과 기술이 조화되어야만 하겠죠”라고 한 스탭은 눈을 찡긋한다. 최후의 인간 도시 시온을 지탱하는 것은 기계들이지만 <매트릭스2 리로디드>라는 거대한 기계장치를 지탱하는 것은 역시 인간이었던 것이다. 김용언

Matrix Reloaded, 2003년감독 앤디 & 래리 워쇼스키출연 키아누 리브스, 캐리 앤 모스, 로렌스 피시번, 휴고 위빙장르 SFDVD 화면포맷 2.35:1 아나모픽오디오 돌비디지털 5.1 & 2.0 서라운드출시사 워너브러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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