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두야! 학교 가자> KBS2TV 월·화 밤 10시
KBS가〈대장금〉과 〈왕의 여자〉에 대적하기 위해서 집어든 카드는 ‘비’가(그리고 ‘빈’이) 나오는 코미디다. <상두야! 학교 가자>의 줄거리는 복잡하다. “상두의 옛 애인인 공효진의 남자친구인 이동건은 상두를 좋아하는 한 여자가 상두에게 상두의 딸이라고 말한 백혈병 걸린 아이의 담당의사 선생님….” 〈해피투게더〉에 출연한 비, 빈과 이동건이 〈상두야! 학교 가자〉에서 이동건의 역을 설명하는데 위와 같은 내용이 자막처리되어야만 했을 정도다.
여기에 덧붙이자면 “상두에게 그의 딸이라고 말한 백혈병 걸린 아이의 엄마는 상두의 첫사랑이자 학교선생님인 공효진의 새어머니가 공효진의 아버지와 결혼하기 전 낳은 아이로 그 아이를 아버지 집 앞에 버려두고 온 뒤 못내 잊지 못하는 아이”가 사이드 스토리로 붙는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상두야! 학교 가자〉는 “상두(비)의 삼촌은 상두를 아이 잃은 부잣집 문 앞에다 놓아두고 가고 상두는 그 집에서 양자로 받아들여져 크게 되는데 동네의 은환(공효진)과 친구로 지내다가 은환의 새어머니가 돈을 떼먹고 서울로 튀고 다음날 몰려든 빚쟁이들은 은환과 은환의 동생 지환의 집 물건을 끄집어내고 그때 학교 가자고 은환에게 온 상두는 그 장면을 목격하고 은환이 아끼는 축음기를 받아내려고 하다가 축음기를 들고 있던 빚쟁이를 다리 밑으로 밀게 되고 그 이후 상두는 파양당하고 소년원에 가게 된다. 그 이후 몇년이 흘러 재생불량성 빈혈에 걸린 딸의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제비로 나서게 된다”는 줄거리다.
이제 6부가 지났지만 지금부터 〈상두야! 학교 가자>를 보기 시작한다면 늦었다. 한회를 거르게 되어도 “왜 상두가 학생이 되었어?”라는 질문이 나오게 된다. 하지만 줄거리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상두야! 학교 가자〉는 충분히 유쾌하다. 〈상두야! 학교 가자〉가 주력하고 있는 것은 짧은 순간을 타격하는 웃음이기 때문이다. 한국 드라마의 영원한 키워드인 ‘출생의 비밀’에다가 ‘첫사랑’을 두루 갖추고 그것을 전개하는 뻔할 뻔자의 줄거리는 그대로 흘러가게 하면서, 여기서 동력을 얻지 않고 도리어 힘을 꾹 주고 있는 곳은 ‘코미디’. ‘27살 늦깎이 고등학생이 첫사랑이 선생님으로 있는 학교에서 공부하게 될 때’라는 기이한 가정에 ‘모든 여자가 푹 빠지게 되는 매력덩어리 남자’라는 비현실적인 상황, ‘아무것도 가진 것 없고 의무만 있는 남자가 제비로 나설 때’라는 내면적 슬픔을 끌어낼 수 있는 설정이 모두 종류가 다른 웃음의 바탕이 된다.
슬픔 많은 줄거리에는 이런 설정이 갖는 에피소드적 웃음이 결합하고, 거기에 에피소드랄 것도 없이 한 시퀀스에서 기승전결이 이루어지는 시퀀스적 웃음이 합쳐진다. 폭소를 터뜨리는 단기간의 목적을 갖춘 이 시퀀스들은 줄기차게 이어서 배치되어 있다. 5부에서, 제일 원경에는 금방 새로 차를 산 선생님의 컷이 펼쳐지고 그 앞에서는 빚쟁이에 몰리는 학생의 컷이, 더 앞으로 상두가 학교에 들어서는 장면이 들어간다. 다음 장면 상두는 금방 산 선생님의 차를 끌고 나가 달린다. (웃음) 상두는 차를 몰고 가고 과거의 아픈 기억에서 ‘나서지 말라’는 교훈을 떠올리고 그것을 머리를 흔들어 떨어버리는 장면이 교차 편집된다. (웃음) 이어서 새끼손가락을 깁스한 손과 누가 죽은 것같이 통곡하는 사람이 배치된다. (웃음) ‘추격전’이라는 에피소드는 이렇게 여러 개의 폭소 뇌관을 가지고 있다. 이 에피소드들의 결과는 과격하다. 주인공은 엎어지고, 까지고, 얻어맞고, 맞장뜨고, 구르고, 교통사고가 나서 하루에 한번씩(혹은 두번씩) 병원 신세를 진다.
웃음을 주기 위해 촬영과 편집도 한몫한다. 화장실에서 몰려나온 사람들 앞에 선 지환의 몸은 그대로 둔 채 눈동자만 움직이게 해서 그 눈동자에 집중하게 하는 컷이나, 1회 첫 장면에서 보인 제비가 날카롭게 먹이를 찾는 시선을 흉내낸 카메라 훑기, 같이 자고 일어난 두명의 황당함을 눈의 교차 클로즈업을 통해서 보여주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도식적으로 말하자면 <상두야! 학교 가자>는 일반적인 미니시리즈의 기본 줄거리에 전형화된 시트콤에서 배운 찰나적 웃음을 붙이고, 한국 코미디영화에서 배운 폭력적이고, 과격한 웃음을 섞었다. 이런 결합이 쉽지 않은 기본 줄거리의 비극성과 희극적인 기본 정서를 어떻게 이을 것인가. ‘어떻게 된 학교이기에 학생이 그렇게 쉽게 입학할 수가 있나’, ‘아이 병원비는 어쩌고 학교를 다닐 결심을 하나’ 등의 질문은 웃음 연속의 상황 속에서 잊혀지지만, 비극적인 과거와 희극적인 현재, 진심은 있지만 진실하지는 못한 사정, 비밀이 밝혀져야만 자유로워질 순정을 어쩔 것인가. 이런 결합은 캐릭터와 캐릭터를 몸으로 구현한 연기자에게 크게 기댄다. 정애리의 비극적이면서도 소소한 희극, 공효진의 희극과 비극이 공존하는 연기, 그리고 한 남자의 빛나는 연기가 있다. 춤을 엄청 잘 추는 것으로 알려지고, 눈이 보이지 않는 웃음만을 쇼 프로에서 보여주던 비는 여러 가지 사투리를 구사하고, 구르고 춤추고 웃고 까불고 떠들며 드라마를 제 집마냥 누빈다. 누가 했으면 딱 맞았을 것 같다는 말은 이제 나오지 않는다. 비는 상두다. 검증되지 않은 가수 출신을 톱으로 내세우고, 주인공 이름을 제목으로까지 붙인 드라마는 그리하여, 갑자기 모든 비판과 칭찬을 무색하게 하는 발견을 보여주었다. 구둘래/ 자유기고가 anyone@jow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