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향기
가족끼리 절대해서는 안 되는 일 중 하나. 운전교습! 류승진 감독의 (35mm/ 2003년)는 아버지에게 운전교습을 시키는 아들을 묘사한다. 아버지의 연이은 실수에 아들은 짜증을 내고, 왜 그가 이제야 운전을 배우려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아들은 아버지에 대한 측은지심을 버리지 못한다. 그래서 한번도 단둘이 여행을 한 적이 없는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여행을 권한다. 아버지는 낯설게 운전을 해 교외로 차를 몰지만, 차는 지방국도에서 멈춰서버린다. 도무지 말을 듣지 않는 자동차 앞에서 망연자실한 아버지를 뒤로 하고 어머니는 화사한 봄풍경을 응시한다. 어렵게 떠난 여행에서 둘은 그동안 맡아보지 못했던 향기로운 4월의 향기를 맛보는 것이다.
하준원 감독의 <One Fine Day>(35mm/ 2003년)는 기묘한 분위기의 단편이다. 하루아침에 직장에서 내몰린 가장 H. 갈 곳 없는 H는 하루종일 집안에만 머물며, 줄넘기를 하거나 면도를 한다. 하지만 아내와 딸 모두 낯설게만 느껴지고, 자신을 대하는 가족의 태도에도 적응하기 힘들다. 그는 아내의 요구에 따라 결혼식에도 가고 장례식에도 간다. 거기서 아내를 만나지만, 아내는 집안에서의 모습이 아니다. 어느 날 문득 바뀐 환경에서 혼란스럽게 찾아온 모습들. 일상의 변화가 주는 당혹스러움을 영화는 판타스틱하게 그려낸다.조영각/ <독립영화> 편집위원 phille@dr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