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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1] “자기 공간에 행복이 있다”
2003-10-06

<여행자와 마법사> 감독 키엔체 노르부

부탄의 라마승, 키엔체 노르부가 두번째 작품 <여행자와 마법사>로 부산을 찾았다. 단아한 승복 속에 이야기 보따리를 한아름 품고 있는 키엔체 노르부는 1998년 당시 히말라야산맥 동쪽에 있는 이 작은 나라에 불어닥친 월드컵 열풍을 코믹하게 담아낸 작품 <>으로 국내에 알려진 감독. <리틀 부다>를 찍기 위해 부탄을 찾은 베르나르도 베루톨루치를 도우면서 처음 영화와 인연을 맺은 그는 “베르톨루치를 만나기 전엔 영화를 만들 생각조차 못했다. 나에게 가능성과 동기부여를 해준 중요한 사람” 이라며 ‘영화의 스승’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았다.

“갈수록 세상은 여러 매스미디어에 노출되어가고, 사람들은 막연히 다른 나라를 꿈꾼다. 미국은 모든 사람들이 좋은 나라, 행복한 인생을 펼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사람들은 자신의 공간에서 살아가야 하는 게 아닐까?” 마치 베갯머리에서 듣는 옛날이야기 같은 <여행자와 마법사>에는 하루에 한대밖에 안 오는 버스를 놓친 젊은이와 장돌뱅이 부녀 그리고 명랑한 스님의 짧은 여행기과 방탕한 젊은이의 백일몽이 교차편집되어 있다. 나라전체의 인구가 6만이 조금 넘는 이 소국(小國)의 승려가 아메리카드림에 사로잡힌 젊은이가 짧은 여행을 통해 나라의 소중함을 깨닫는다는 이야기를 풀어 놓은 데는 자국에 대한 애정과 염려가 듬뿍 묻어난다.

“전기가 반 정도밖에 안 들어오고, 비디오도 거의 없는” 부탄이란 나라에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종교생활에 맞먹는 긴 고행이다. “영화산업 자체가 없다. 카메라를 렌트할 수도 없다. 러쉬필름은 방콕에 보내서 비디오로 뜬 후에야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영화감독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가족보다 가까운 ‘영화친구’들 때문이다. “영화학교도 없는 이곳에서 자발적으로 영화를 배우며 깨친 많은 젊은이들이 많다. 물론 인구가 적기 때문에 영화 만드는 사람들도 적을 밖에 없지만(웃음)”

<>을 만든것도 <여행자와 마법사>의 제작이 가능했던 것도 “운과 자신감 때문”이라고 말하는 이 고고한 감독의 다음 프로젝트는 “성적으로 억압된 사회의 이야기”인 와타나베 준이치의 <열쇠>(The key)를 영화화 하는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