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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Choice 1] <4차원 입방체(The Tesseract)>
이영진 2003-10-06

아시아영화의 창/ 타이, 일본/ 2003년/ 96분/ 감독 옥사이드 팡/ 오후 2시 부산 1관

쌍둥이 동생 대니 팡과 함께 <방콕 데인저러스><디 아이> 등을 만들었던 옥사이드 팡의 영화. “새롭진 않지만 매끈한 이음새가 돋보이는 장르영화”라는 평가를 들었던 전작들처럼, 옥사이드 팡은 CF 감독 출신이라는 이력을 이번에도 십분 활용한다. 화려한 색감과 거친 질감의 과감한 대비로 문을 여는 이 영화는 슬로모션과 점프 컷으로 파동을 부여한 리듬을 타고 테크노 음악을 떠올리게 할만큼 빠르고 격하게 흘러간다. 네 인물 각각의 시점으로 재구성되는 마약 쟁탈전은 익숙하지만 진부하지 않게 느껴지는 것도 영화의 매무새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옥사이드 팡은 솜씨 좋은 테크니션이라는 호칭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 듯 하다. 다량의 마약을 되찾기 위해 방콕 뒷골목에 위치한 헤븐이라는 허름한 호텔에 투숙하게 된 살인청부업자, 살인청부업자가 노리는 마약을 상대파 두목으로부터 건네받아 운반 역할을 떠맡게 되는 마약중독자, 틈만 나면 손님들의 방을 드나들며 값나는 물건들을 훔쳐 팔아치우다 마약을 손에 넣게 된 벨보이, 인터뷰를 위해 방콕에 들렀다 벨보이와 친분을 맺게 되고 그로부터 위험한 선물을 건네받게 되는 심리학자 등을 내세워 옥사이드 팡은 신이 장난삼아 벌이는 인간 룰렛 게임을 재현하려 한다. 제목이 일러주듯 고차원에서 내려다보는 저차원의 세계는 블루마블 이상이 아닐 것이다. 인물들의 의지와 행위가 맞물림과 엇갈림 끝에 되돌릴 수 없는 비극으로 나아가는 의 결말은 피비린내 나는 인간 욕망의 쟁투가 사실은 절대자의 간계에 의해 조종된 것임을 강하게 암시한다. <비치>의 원작자이자, 의 시나리오를 썼던 알렉스 갈란드의 동명 소설이 영화의 바탕이 됐다. 이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