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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Choice 1] <안녕,용문객잔(Goodbye, Dragon Inn)>

아시아영화의 창/ 대만/ 2003년/ 82분/ 감독 차이밍량/ 오후 8시 메가박스 6관

호금전의 무협영화 <용문객잔>을 틀고 있는 오래된 극장, 차이밍량은 유령이 나올 듯한 이 퇴락한 공간에 자기 영화의 주인공들을 소집해놓고 다시 한번 인간의 고독과 씨름한다. 너무 넓어서 텅빈 객석의 황량한 느낌이 잊혀지지 않는 이곳은 내일이면 문을 닫을 예정이다. <용문객잔>을 마지막으로 상영하는 밤, <용문객잔>에 출연했던 두 배우가 이제 노인이 되어 이곳을 찾고, 영사실 청년을 좋아하는 극장 매표소 여자는 청년에게 줄 호빵을 찐다. 다리를 절며 힘겹게 게단을 올라 영사실까지 찾아가는 여자, 그러나 청년은 없고 이날도 그녀의 마음은 청년에게 전해지지 않는다. 장식없는 느린 화면이 계속 이어지면서 스크린 속 인물들에 애정을 갖게 만드는 차이밍량 영화의 매력이 고스란히 들어 있는 영화로 그의 영화 가운데서도 가장 대사가 적은 작품이다. 차이밍량은 2001년작 <거기 지금 몇시니?>에서 배경으로 사용됐던 1천석 규모의 낡은 영화관 복화대극장이 <거기 지금 몇시니?>를 찍은 뒤 곧 헐릴 거라는 얘기를 듣고 급히 돈을 빌려 이 영화를 찍었다고 한다. 그의 영화에서 늘 아버지 역을 맡았던 미아오 티엔이 어린 손자를 데리고 와서 <용문객잔>을 보는 노인으로 나오는데 미아오 티엔은 실제로 <용문객잔>으로 데뷔한 배우다.

올해 베니스영화제 경쟁작으로 출품됐던 영화로 베니스에서는 몇분간 지속되는 롱테이크 때문에 일부 이탈리아 관객에게 야유섞인 박수를 받기도 했지만 이전에 차이밍량의 영화를 본 적 있는 관객이라면 이런 롱테이크를 충분히 감내할 수 있을 것이다. 차이밍량은 물리적으로 늘어나는 시간 속에서 영화의 인물이 겪고 있는 외로움과 절박함을 이해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아마도 <안녕, 용문객잔>은 허름한 옛날 극장에 관한 추억을 가진 사람들에게 특별한 영화가 될 것 같다. 노인이 된 배우 미아오 티엔의 존재가 대변하듯 이 영화는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절절히 배어나는 작품이다. 매표소 여자도, 영사실 청년도, <용문객잔>이라는 영화도, <용문객잔>에 출연했던 배우도 이제 내일이면 다시 만나지 못하리라. 그 마지막 순간이 너무 아쉬워 카메라는 그 자리에 멈춰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하염없이 보고 있는 것이다.남동철